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한 사건.
이에 대해 법원은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빨리 이송하라고 응대한 것이어서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 또는 기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 의사면허정지처분 취소
1심: 원고 패
사건의 개요
원고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다.
원고는 119 상황실로부터 전화통화로, 이물질을 삼킨 15개월 영아에게 심폐소생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사건 병원이 수용 가능한지에 관한 문의를 받았다. 하지만 원고는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조치했다.
이에 대해 피고 보건복지부는 원고가 응급의료 종사자로서 응급의료를 행하지 않거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했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2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했다.
관련 법 조항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응급의료의 거부금지 등) ① 응급의료기관등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한다.
②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원고의 주장
119 상황실과의 통화내용은 영아의 수용 가능성에 관한 문의로서 상담에 불과하고, 법이 정한 응급의료의 요청에 해당하지 않아 원고의 응대가 응급의료 거부에 해당할 수 없다.
원고는 당시 간호사로부터 응급상황을 전해 듣고 필요한 정보를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영아에게 적합한 시설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가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진료 특성상 타당한 조치이므로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정사실
119 구조상황실은 어린이집으로부터 ‘아이의 목에 장난감이 걸렸다’는 구조신고를 접수했고, 어린이집 보육보사는 내과의원으로 갔다.
그런데 영아는 의식이 불분명했으며 119는 해당 의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목에 걸려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해 의사가 기도절제술을 시행했다.
현장 구급대원은 119 상황실에 기도폐쇄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상황실은 원고가 근무중이던 병원 응급실 간호사와 통화했다.
119 상황실은 해당 병원 원고가 ‘영유아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B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현장 구급대원에게 통보했다.
이에 B병원으로 이송하였는데 영아는 당일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이 사건 의원에서 원고가 근무하는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4.1km였고, B병원까지는 11.4km이다.
법원의 판단
119 상황실이 원고 측과 통화한 구체적인 내용은 "15개월 영유아 기도흡입으로 인한 심폐소생술을 하며 출발해서 가고 있는데 받을 수 있나요?"였다.
이는 단지 ‘영아를 수용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취지로 이해할 만한 표현이 담겨 있다.
이런 119 상황실과 원고 측 사이 통화의 경위나 내용에 비춰 보면 원고가 응급의료의 요청을 확정적으로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빨리 이송하라고 응대한 것을 두고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 또는 기피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영아는 이미 의사에게 기도절제술 등 1차 응급처치를 받은 이후 더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영아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 사건 병원보다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인근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판례번호: 52020번, 7739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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