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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외 판례

출산아의 선천성질환도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

by dha826 2020.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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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호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출산했는데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자 임신 초기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한 사안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원고들에 대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하였다.

 

사건: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 취소

판결: 2심 원고 패소,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모두 제주특별자치도 ○○병원인 △△△△△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아이를 출산하였고, 그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임신 4주차에 유산증후를 겪었다.

 

△△△△△에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원고들을 포함한 15명이었는데, 그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을 뿐이고, 원고들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하게 되었다.

 

이에 간호사의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이 노사간 쟁점이 되었고, △△△△△2011년에 노사합의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12. 2. 29. 역학조사 보고서를 △△△△△에 제출하였다.

 

원고들은 위 역학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원고들이 임신 초기에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피고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의 주장

임신 초기에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을 당시에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발병 당시 태아의 질병은 모체의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

 

산재보험법의 적용 여부는 근로자에게 질병이 발병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발병 이후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여도 계속 산재보험이 적용되므로 출산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주장

재해 발생일시를 특정하고, 산재보험 초진소견서, 신청 상병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검사자료 및 결과지를 제출하라.”

 

원고들에 대하여 자료보완을 요청하였으나 산재보험 초진소견서가 제출되지 않아 고객님의 상병명 및 요양기간 등 확인이 불가하다.”

 

2심 법원의 판단

아래와 같은 2가지 이유에서 원고들은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하여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

 

1. 여성 근로자인 원고들이 임신 중에 작업환경의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형성에 장애가 생기고 이로 인하여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는 자녀를 출산하였다고 하더라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는 없다.

 

2.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을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각 출산아를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출산아와는 별도의 인격체인 원고들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관련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의 판단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개별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한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다.

 

산재보험법에는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

 

태아는 모체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으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와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해급여와는 달리 그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하여 반드시 노동능력을 상실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정도와 관계없이 여성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피고는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업무에 기인하여 유산할 경우에 한하여 이를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의 완전성 손상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 서 있다.

 

그런데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 손상의 정도에 따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를 달리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 모성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유산과 태아의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유산이 태아의 건강손상(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서의 선천성 질병장애아 출산)보다 우선적인 보호가 필요한 중한 결과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성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의 측면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중한 결과를 야기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정신적 고통에는 개인차가 크지만 후자는 출산 이후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므로 정신적 고통의 측면에서도 전자보다 후자가 덜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산업재해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적보험을 통해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산재보험제도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이다.

 

만일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다면, 여성 근로자는 출산한 자녀의 치료 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거나 또는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관하여 여성 근로자에게 그에 따른 경제적 책임과 정신적 고통까지 전가하는 부당한 결과로 이어진다.

 

출산으로 여성 근로자가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는지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보험급여 수급과 관련한 기초적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근로자가 그 후로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이러한 보험급여 수급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산재보험법 제88조 제1항도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 다시 말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할 뿐이지, 질병의 발병 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 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개념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여성 근로자의 임신중에는 태아가 모체와 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 태아의 건강 손상에 관하여 여성 근로자에게 요양급여 수급권을 인정한다.

 

그러다가 여성 근로자의 출산 이후에는 모체와 분리되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그 출산아의 선천성 건강손상에 관하여 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도 위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제34조 제2, 6항에 의한 생존권적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헌법 제32조 제4항에 의한 여자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차별금지, 헌법 제36조 제2항에 의한 모성 보호의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해석이다.

 

업무에 기인한 사정으로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한 몸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그로써 이미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재해가 있었다고 평가함이 정당하다.

 

그런데 재해를 입은 생명이 태어났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의 발생이라는 종전의 정당한 평가를 거두어야 하는가?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이어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이미 정당하게 평가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없다.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임신한 여성 근로자인 원고들의 업무에 기인하여 각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이 생겼다면, 이는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후 원고들의 각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어 독립된 인격을 가진 출산아가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각 출산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하여 원고들은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요양급여 수급권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

 

판례번호: 4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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