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의료진에게 과거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후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 생겼고, 다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경우 이차성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 초래될 수 있다고 알렸음에도 의료진이 이를 무시하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사건.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일부 승
사건의 개요
원고는 남성형 탈모 진단을 받고 6개월 동안 E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후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이 발생해 한달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나서 증상이 호전되었다.
원고는 1년 뒤 갑자기 구토, 경련 등으로 의식이 소실되어 응급실로 후송되었는데 의료진은 약물유발 부신피질 부전으로 진단하고 약 한달간 스테로이드를 처방하였고, 원고는 증상이 호전되었다.
원고는 약 3년 뒤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진 후 왼쪽 무릎 통증이 발생해 호전되지 않자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다.
피고 의료진은 슬관절 연골연화증(연골이 단단함을 잃고 약해지는 증상)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제제인 트리암시놀과 덱사메타손 등을 관절강에 투여하고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을 한 뒤 퇴원시켰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두차례 더 추가로 트리암시놀론을 관절강에 투여하였다.
원고는 무월경 증상이 나타나자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을 의심하고 의원에 내원해 뇌하수체 관련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부신피질 호르몬의 하나인 코르티솔이 저하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G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이 재발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1년 남짓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증상이 회복되었다.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이란?
외부에서 부신피질스테로이드 투여로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 할 스테로이드가 억제되는 것이 원인인 의인성 부신피질 기능저하증과 뇌하수체의 기질적인 이상, 특 뇌하수체의 종양, 감염, 유전적 이상에 의한 기능 결핍 등에 의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뇌하수체에서 잘 분비되지 않아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가 2차적으로 억제되는 부신피질 기능저하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소한의 스테로이드만을 공급하면서 체내에서 스테로이드 분비가 자연히 회복되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며 영구적인 회복이 이뤄진다.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이 회복된 후에도 장기간 일정 용량 이상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다시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원고의 주장
1. 스테로이드 투여상의 과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들에게 원고가 과거 E병원에서 남성형 탈모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은 후 부신피질 기능저하증이 생겼고, 다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경우 이차성 부신피질저하증이 초래될 수 있다고 알렸다.
그러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원고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절대 안된다고 수차례 알렸다. 그런데도 피고 의료진은 원고에게 세 차례에 걸쳐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해 원고에게 이차성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 발생하게 하였다.
2. 설명의무 위반
피고 의료진은 원고가 스테로이드 투여를 거부했는데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3회에 걸쳐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했다.
피고 병원은 원고에게 이차성 부신피질 기능저하증을 시사할 만한 무월경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스테로이드제제 투여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피고들의 주장
원고의 기왕증이나 신체적 소인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 재발한 것이지 피고들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법원의 판단
피고 병원의 간호기록에 ‘스테로이드 제제는 제한(E병원에서)’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춰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과거 E병원에서 스테로이트를 투여받고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면서 스테로이드 투여를 거부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피고 의료진이 원고에게 사전에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한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투여 불가피성에 관해 설명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오히려 피고 의료진은 스테로이드제제 투여를 거부하는 원고의 의사를 무시하고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 의료진은 스테로이드 투여를 하지 말아달라는 원고의 요구를 묵살하고 무리하게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한 잘못이 있다.
또 피고 의료진이 위와 같은 원고의 요구에도 스테로이드제제 투여 이전에 원고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했다.
이로 인해 원고는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스테로이드제제 투여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다.
판례번호: 1심 506559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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