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삭종이 재발해 수차례 수술을 받은 뒤 사지마비가 되긴 했지만 의식이 명료함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에게 수술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은 의료진의 과실.
특히 재발한 척삭종 절제술을 할 경우 내경동맥 파열과 그로 인해 사망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수술을 하기 전에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패, 2심 원고 일부 승
사건의 개요
환자는 20대에 병원에서 뇌기저부 종양(척삭종) 진단을 받고 경추 1번 부위에 대한 척삭종 절제술 및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이후 척삭종이 재발해 경추 2, 3번 부위에 대한 2차례 수술과 방사선치료 등을 받았다.
그런데 1년여 뒤 경추 제3~4번, 경추 제7번~흉추 제1번간 및 흉추 제3번에 척삭종이 재발해 피고 I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후궁 절제술 및 성형술을 통해 척삭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환자는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던 중 소주잔 1/4잔 가량의 뇌척수액이 나와 I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뒤 병원에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던 중 약 9분간 발작을 보이다가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이후 환자는 I병원 신경외과에서 추가적인 수술 등 진료를 받아가 재활치료를 받던 중 시력 및 청력 저하를 호소했고, J병원으로 전원되었다.
J병원이 뇌MRI 검사를 한 결과 환자의 척삭종이 뇌 안장과 안상 부위에서부터 좌측 해면 정맥동과 양측 소뇌교각 등 다른 뇌기저부 부위까지 침범해 시신경을 압박하는 수준으로 악화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J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두개골을 절개해 척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그런데 위 수술 직후 환자에게 급성 뇌지주막 하 출혈이 발생했고, 수술 다음날 뇌 MRI 검사 결과상 급성 뇌지주막 하 출혈에 더불어 좌측 전대뇌동맥 및 중뇌동맥 부위의 뇌경색 소견이 확인되었다.
이에 의료진은 추가수술을 했지만 뇌사상태에 빠진 뒤 사망에 이르렀다.
원고들의 주장
1, I병원 관련
"I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으로서는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변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을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주변 조직을 손상시켜 척수가 감염되도록 해 사지마비에 이르게 했다."
"원고들은 뇌척수액 누출이 의심되는 소견으로 I병원을 재차 내원해 감염 소견이 확인되었음에도 뒤늦게 뇌척수액 누출 및 감염에 대한 수술을 시행한 과실로 사지마비에 이르게 했다."
2. J병원 신경외과 의료진 관련
"의료진은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내경동맥을 파열시켜 뇌에 과다출혈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파열 이후에도 적절한 지혈조치를 하지 않아 뇌경색을 발생하도록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의료진이 원고들의 의사에 반해 환자의 수술기록 등 자료를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등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원고들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했다."
1심 법원의 판단
1. I병원 관련
수술 후 일회적으로 뇌척수액 배액이 확인된 것을 제외하고는 수술 부위에 연결된 배액관에서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감염 의심 소견이 확인되자 열검사를 시행하고 MRI 검사를 의뢰한 다음날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그날 바로 사지마비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뇌척수액 누출 또는 감염에 대한 수술 등 의료적 처치를 적시에 시행하지 않았다거나 그로 인해 사지마비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J병원 관련
재발, 전이된 척삭종 제거술은 그 위험도가 매우 높아 통상 권유되지 않는 수술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동맥과 신경에 인접한 부위의 수술이라는 위험성을 전제로 했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수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학술대회 이전에 J병원 신경외과 의사에게 이 사건 동영상을 학술적 목적 등 어떠한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
이런 인정사실에 비춰 이 사건 증례보고가 환자의 유족인 원고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짐으로써 원고들에게 정서적인 고통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으로서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한정된다.
뿐만 아니라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이용이 가능하다.
의료인들만 참여하는 학술발표 과정에서 환자와 관련된 기록으로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자료를 활용해 증례보고를 진행한 것이 환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 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거나 환자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심 법원의 판단(J병원 관련)
피고 의료진은 수술 전날 환자의 동생에게 이 사건 수술의 필요성, 수술 과정에서 신경 또는 동맥의 손상으로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수술동의서에는 환자 본인이 서명하지 않고 환자의 동생이 서명한 이유에 대한 아무런 기록이 없다.
당시 환자는 사지마비 상태였지만 의식은 명료했고, 판단능력을 상실해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상태에 있었다거나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명한 환자의 동생이 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수술이 설명의무를 생략해야 할 정도로 긴급하게 해야 할 응급수술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또한 환자가 내원했던 다른 병원 의료진은 공통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권유하는 등 병원에 따라 치료방법에 관한 의견이 달랐고, 환자는 척삭종 절제술을 받는 경우 내경동맥 파열 및 그로 인한 중한 악결과인 사망의 위험성이 다른 환자에 비해 더 높은 상황이었다.
이런 점 등에 비춰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의료진은 수술을 함에 있어 설명의무를 위반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것이다.
판례번호: 1심 101973번, 2심 203791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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