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대학병원 전공의가 소아 골수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총장골동맥을 파열시켜 사망에 이르게 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해당 전공의에게 수혈 준비 과정, 골수검사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담당 교수가 전공의를 지휘 감독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박모 교수는 A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로, 생후 6개월 된 피해자의 선택진료의사이자 주치의이며, 피고인 김모 전공의는 당시 위 병원에서 전공의 3년차로 근무했던 의사이다.
피해자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 병원에 입원해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결과 헤모글로빈 7.6g/dl, 혈소판 50,000/μL으로 확인됐다.
이에 빈혈, 혈소판감소증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A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go 같은 날 오후 2시 경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헤모글로빈은 7.5g/dl, 혈소판은 11,000/μL으로 나왔다.
혈소판뿐만 아니라 백혈구, 적혈구 등도 함께 감소되어 있어 범혈구감소증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김 전공의는 주치의인 피고인 박 교수의 지시에 따라 골수검사를 받게 되었다.
피고인 김 전공의는 골수채취 시술을 하면서 피해자가 울고 보채는 등 진정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미다졸람, 케타민 등의 진정마취제를 반복 투여한 뒤 좌측 장골(골반뼈)에 채취 바늘을 넣고 수회 골수채취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다시 우측 장골에 채취 바늘을 넣고 수회에 걸쳐 골수채취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했다.
이에 피고인인 다른 전공의에게 골수채취를 요청해 2회에 걸쳐 골수채취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또 다른 전공의가 수회에 걸쳐 시술해 2회 때 골수 및 골수조직을 채취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던 중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시술을 중지하고, 기관삽관을 시행하고, 심폐소생술, 농축적혈구 수혈 등을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
피고인 박모 교수는 당시 소아과 진료경력이 각각 2년 2개월인 3년차 전공의인 피고인 김모 씨와 2년차 전공의들을 지도하는 교수이다.
피고인은 전공의가 환자에게 시술을 하는 경우 이를 면밀히 지휘·감독해 의료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
피해자는 골수검사 약 19시간 전에 혈소판 11,000/μL으로 매우 낮은 상태로 쉽게 출혈이 될 수 있는 상태였으며, 골수검사 시술 당시에는 위 수치보다 더욱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므로 피고인 김 전공의는 시술하기 전에 혈소판 수치를 재확인하거나 혈소판이 10,000/μL이하로 감소했을 가능성에 대비해 수혈을 준비하거나 최소한 피해자의 혈액형 정도는 파악해 두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혈소판이 10,000/μL 이하로 감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그 전날 혈액검사를 했을 뿐 검사 당일 혈소판 수치를 확인하지 않고 일체의 수혈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술 도중 피해자의 총장골동맥이 파열되자 피해자의 혈액형을 모르고 있다가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급히 피해자의 혈액형을 물어보며 수혈을 준비했다.
또 뒤늦게 수혈처방을 해 피해자에게 수혈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게 했다.
피해자는 생후 6개월의 영아이고, 장골 두께는 성인에 비해 매우 얇은 상태였으므로 골수 채취를 할 때는 채취 바늘이 뼈에 닿으면 그곳에서부터 채취 바늘(천자침)을 0.2~1cm 정도만 더 진행시켜 장골을 관통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 장골 내부에 있는 골수를 채취해야 한다.
채취 바늘이 장골뼈를 관통하는 경우 총장골동맥이 파열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김모 전공의와 다른 전공의들은 골수 채취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막연히 성인으로부터 골수를 채취하듯이 채취 바늘을 골반뼈에서 2~3cm 가량 더 진행시켜 골수 채취를 시도했다.
그 결과 총장골동맥의 파열로 인해 후복강으로 동맥출혈이 생겼으며, 특히 이모 전공의가 골수 채취를 시도한 직후부터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75%로 감소하고 산소를 6L 투여했지만 61%로 더욱 감소했다.
피고인 김모 전공의와 이모 전공의는 위와 같이 반복적으로 골수 채취를 시행하다가 실패하면서도 박 교수에게는 추가 시도 및 계속 진행할 것인지 여부 등도 일체 확인하지 않았다.
아울러 막연히 산소포화도나 맥박수만 모니터링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시술 시작 후 약 2시간 동안 피해자의 혈압을 확인하지 않아 골수채취 시술시 발생할 수 있는 출혈로 인한 저혈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특히 중간 이상의 마취시에는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깊은 진정시에는 계속적으로 혈압을 확인해야 함에도 일체 이를 측정하거나 간호사에게 혈압을 측정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피해자에게 발생한 동맥파열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막연히 총 합계 10회 이상 투여한 진정마취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호흡 억제로 생각한 나머지 동맥파열로 인한 출혈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결국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우측 장골에서 천자침에 의해 관통된 침흔 및 총장골동맥의 파열로 생긴 혈복강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 김 전공의가 수혈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나 피해자의 혈압을 체크하지 못해 출혈 발생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거나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 박모 교수는 이번 사건 시술 과정에서 피고인 김모 전공의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1. 김모 전공의의 수혈 준비 미비로 인한 업무상 과실 여부
이 사건의 피해자처럼 급성 백혈병이 밝혀지지 않은 범혈구감소증을 가지고 있고, 혈소판 수치가 11,000/μL로 낮게 측정되었지만 시술 전 출혈 소견이 없었던 환자에게 혈소판 수혈 없이 골수검사를 실시한 것이 부적절한 처치라고 보기 어렵다.
골수검사가 침습적 검사이기는 하지만 출혈의 위험성이 비교적 낮은 시술로 평가되므로 골수검사에 있어 수혈 준비가 필수적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의료 현실이나 상황에서 소아에 대한 골수검사시 수혈 준비가 의무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으며, 수혈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의학 교과서나 지침서 내지 논문 등에서도 수혈 준비가 의무사항이나 필수사항이라고 보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설령 피고인이 수혈 준비를 했더라도 피고인이 시술 당시 피해자의 출혈 발생 사실을 예견하지 못한 이상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수혈이 이뤄지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수혈 준비 미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있어 직접적이고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피고인 김모 전공의의 시술 과정에서의 업무상 과실 여부
골수검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의 총장골동맥 파열은 이모 전공의가 주사바늘을 찔러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골수생검 과정 자체에서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면 이는 이모 전공의의 과실에 해당하고, 김모 전공의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체활력징후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피해자에게 진정제 부작용으로 인한 호흡 곤란이 발생했다고 의심해 조치한 과정이나 대처한 내용 자체에는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체활력징후 및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이상 형사상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 박 교수의 업무상 과실 여부
피고인의 경우 전공의를 지휘․감독할 교수 지위에 있음은 인정되지만 그러한 지위에 있다고 해서 김모 전공의가 수행하는 모든 시술 내지 수술에 참가해 지도․감독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만한 법적 근거나 계약상, 조리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건번호: 100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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