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를 진찰, 치료하던 중 자신이 속한 병원에서 환자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적절한 물적, 인적 치료시설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적절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술을 마신 뒤 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뇌출혈 증상이 발견돼 수술을 했지만 사지마비와 근경직 등으로 일상생활동작과 보행이 불가능하게 된 사례입니다.
뇌출혈 진단 및 수술 지연 여부, 다른 의료기관으로 신속 전원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119 구급차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요. 내원 당시 의식은 혼미상태였고, 원고와 동행한 사람은 원고가 과실주 3~4잔을 마셨다고 했습니다.
원고는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혈압이 200/130mmHg로 상승했고, 의료진은 이에 혈압강하제를 투여했고, 이후 158/93mmHg로 내려갔지만 구토를 한 차례 했고, 뇌 CT를 촬영했습니다.
뇌출혈 수술까지 경과
뇌 CT 촬영 결과 뇌출혈이 관찰되자 의료진은 오후 10시 30분 경 원고 보호자에게 전화로 연락해 원고의 상태와 수술 필요성, 사망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원고 보호자는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오후 11시 18분 경 의사로부터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수술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의료진은 수술 준비를 시작했고, 원고 보호자는 과거 원고가 모야모야병으로 뇌출혈이 있었고, 약물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의료진에게 고지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수술 후 의식이 혼미하고, 사지마비와 근경직 등으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동작 수행과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자 원고의 보호자들은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는데요.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응급실 도착 당시부터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의식이 혼미하며 동공이 산동 고정되어 있는 등 뇌손상을 의심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뇌압상승에 대한 응급처치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간단한 처치만 해 뇌출혈 등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피고 병원은 원고가 응급실에 도착한 때로부터 4시간 20분이 지난 뒤에야 수술을 시행했고, CT 검사로 뇌출혈이 있음을 발견한 때로부터도 2시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피고 병원은 원고를 뇌출혈 등으로 진단한 이상 신속하게 처치를 위한 수술을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
"의료진이 뇌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학적 판단을 했다면 보호자에게 응급상황임을 설명하고, 수술을 시행해야 하고, 수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신속하게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법원은 이 같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1. 응급처치 상 주의의무 위반 및 진단 지연 여부
원고가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동행자는 '원고가 술을 마시고 호흡이 거칠어졌다'고 말했고, 뇌압상승이 나타나는 서맥이 없었고, 뇌압상승을 의심할 만큼 높지는 않았다.
원고는 두부 외상이 없어 CT 촬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의료진은 원고가 구토를 하자 뇌출혈을 의심해 뇌 CT 촬영을 권유했지만 동행자는 술만 깨게 해 달라고 하면서 촬영을 거부해 시행이 지연되었다.
의료진은 뇌CT 촬영 전까지 혈압, 맥박, 호흡, 의식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했고, 산소공급, 혈당체크 등을 했다는 점에서 응급처치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뇌출혈 진단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2. 수술 지연 과실 여부
의료진은 오후 10시 45분 경 원고 보호자에게 수술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원고 보호자가 다른 대학병원에서의 수술 가능성을 언급하며 피고 병원에서 수술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원고 보호자가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자 원고에게 뇌압을 낮추는 '만니톨'을 투여하는 등 응급상황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원고 보호자는 피고 병원에 도착해 의료진의 설명을 들은 이후에도 다른 대학병원으로의 전원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통화를 했다.
이런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 병원에게 원고에 대한 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설명의무 내지 전원의무 위반 여부
의료진이 원고의 보호자에게 전화로 원고의 상태를 알리고 수술이 급히 필요하며, 사망 사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설명해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피고 병원은 원고를 수술하는데 필요한 물적, 인적 치료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의료진이 전원의무를 위반했다는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사건번호: 5159번, 78858번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비밀댓글에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안기자 의료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제 투여후 소아 충치치료 중 심정지 (0) | 2020.11.14 |
---|---|
진료거부 손해배상 청구소송 (1) | 2020.11.11 |
신경감압술 후 족하수 발생 (8) | 2020.10.30 |
임플란트 후 지각마비 초래한 치과의사의 과실 (4) | 2020.10.25 |
울트라스킨 레이저시술 일명 슈링크 후 화상 (8) | 2020.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