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에게 레진충전 지시한 치과의사 과징금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는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기사법 제2조 제2항 제6호는 치과위생사는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 관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기사법 시행령 제2조, 별표 1 제6호의 가목 (4)에 따라 의료기사는 임시 충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은 무자격자의 의료행위에 대해 무거운 벌칙을 가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인데요. 지방검찰청 검사는 원고 치과의사와 해당 의원에 근무하던 치과위생사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치과위생사로 하여금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왼쪽 위 어금니에 레진 충전을 하게 했는데요. 이에 대해 검사는 해당 치과위생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으며, 원고가 치과위생사로 하여금 의료법을 위반하도록 교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검사는 이들이 초범이고, 원고가 환자를 직접 관찰해 치료방법을 결정했으며, 치과위생사가 레진충전행위를 한 후 원고가 다시 환자의 치아 상태 등을 확인해 위험성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입니다.
그러자 피고 보건복지부는 원고에게 업무정지 45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1800만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고는 과징금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에 따른 벌칙
1.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
의료법 제64조 제1항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기관이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의료업을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
2. 의사 자격정지처분
의료법 제66조 제1항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3. 형사처벌
의료법 제87조의2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원고의 주장
"의료기사법 시행령은 치과위생사로 하여금 임시 충전 업무 등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원고가 치과위생사에게 레진충전 행위를 지시하였더라도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복지부의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한 위험성이 없었고, 원고는 이전에는 한 번도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원고는 과징금 외에도 자격정지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이런 원고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했을까요?
법원의 판단
1. 제1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의료행위는 레진충전 행위로서 그 성질상 위에서 규정한 임시 충전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의료행위로서 의료인이 수행하여야 할 업무에 속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의료기사법 시행령이 치과위생사로 하여금 임시 충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 사건 레진충전 의료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제2주장에 관한 판단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의료인의 업무는 일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법 규정은 더욱 철저히 준수되어야 한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의료법이 정한 질서의 유지에 있고, 이 사건 처분으로 침해되는 원고의 이익과 비교하더라도 그 공익의 정도가 작지 않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의료법령이 의료행위를 의료인만이 행하도록 하고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행위의 위법성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관련 형사사건에서 검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해 원고의 의료법 위반 피의사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음을 이유로 행정처분기준의 면허자격 정지 기간에 최대 감경률인 1/2을 적용해 업무정지 기간 45일을 기준으로 그에 갈음해 과징금 처분을 했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사건번호: 795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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