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사건: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소송
보건복지부는 2015년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지목했었는데요.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지 메르스를 확산시켰다며 과징금 806만원 처분을 하는 한편 손실보상금 607억원 지급도 거부했는데요.
메르스 확산의 주범은 삼성서울병원이었을까요?
사건의 개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은 2015년 5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국내에서 186명을 감염시켰고, 감염자 중 38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중 메르스 1번 환자는 2015년 5월 17일, 18일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던 중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1번 환자로부터 2차 감염된 14번 환자는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해 치료 받던 중 3일 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은 5월 30일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요구했고, 삼성서울병원은 이 중 밀접 접촉자 117명의 명단을 31일, 전체 접촉자 678명의 명단을 6월 2일에 제출했습니다.
복지부는 이 명단을 6월 6일 지역의료시스템에 입력했고, 7일 전국의 보건소에 통보했습니다.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보건소에서 14번 접촉자 명단이 통보되기까지 일주일 사이 메르스는 급속하게 전파되었는데요.
14번 환자는 3일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으면서 81명을 3차 감염시켰고, 그 중 1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들 3차 감염자로 인해 17명이 4차 감염 되었습니다.
2015년 6월 23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재용 이사장의 대국민 사과
이재용 이사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사과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처분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확산의 책임이 삼성서울병원에 있다며 행정처분에 들어갔습니다.
2017년 2월 1일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 의료법 위반 행정처분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2월 1일 2015년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접촉자 명단 제출 지연 등으로 메르스 확산을 야기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위반으로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806만원의 행정처분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삼성서울병원은 5차례에 걸친 역학조사관의 접촉자 명단제출 명령에도 이를 지연해 의료법 제59조에 따른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도‧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제1항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2017년 2월 10일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 손실보상액 607억원 미지급 결정
보건복지부 메르스 손실보상심의위원회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 역학조사관이 삼성서울병원에 접촉자 명단제출을 요구(명령)한 것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이 명단제출을 지연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제59조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역학조사 위반으로 손실보상금 지급제외 및 감액 사유가 됨을 확인하였다.
이 같은 위반행위가 삼성서울병원의 손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중대한 원인으로 판단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피해가 삼성서울병원뿐만 아니라 전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를 초래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손실보상액 607억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과징금 및 손실보상금 지급거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는데요.
원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을 보겠습니다.
원고의 주장 요지
1. 과징금 부과처분에 관해
"피고는 원고에게 직접 자신의 명의로 ‘메르스 환자 접촉자 연락처 제출 명령’을 한 사실이 없고, 자신의 명령 권한을 역학조사관들에게 위임해 행사할 법적 근거도 없다."
2. 손실보상금 지급거부처분에 관해
"피고가 처분사유로 들고 있는 위반행위 중 의료법에 따른 명령 위반의 경우 앞서 주장했듯이 피고의 명령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역학조사관들은 비밀접 접촉자 명단 중 연락처 부분만 우선 제공할 것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제공했다."
"가사 명단 지연 제출이 역학조사관들의 요청을 성실히 따르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를 역학조사 거부, 방해, 회피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법원의 판단
1. 과징금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
피고의 명령은 원칙적으로 행정절차법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뤄져야 하고,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 문서로 해야 하며, 그 문서에는 처분 행정청 등을 적어야 한다.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제출 요청이나 요구가 당시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는 처분이므로 ‘말’로 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상대방에게 그 요구행위 주체(처분 행정청)와 처분의 근거(의료법)를 적절히 밝힘으로써 피고의 명령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고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대응조치 담당자들에게 ‘14번 환자 관련 접촉자 명단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역학조사관들은 삼성서울병원 측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제출을 구두로 요청하는 과정에서 명단제출 요청 또는 요구의 주체, 법적 근거 등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질병관리본부는 삼성서울병원 측에 역학조사 협조와 명단제출 요청 등을 명시해 여러 차례 발송한 공문을 보더라도 요청 행위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표시되어 있고,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 수행 협조 요청일 뿐 의료법 상 피고의 명령이라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역학조사관들이 구두로 하거나 질병관리본부장 명의의 문서로 한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제출 요청이나 요구를 의료법에 따른 피고의 명령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과징금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
2. 손실보상금 지급거부처분의 적법 여부
(1) 이 사건 명단의 지연 제출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피고의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피고의 명령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의료법상 명령을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2) 이 사건 명단 지연 제출이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 따른 역학조사시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명단 지연 제출의 쟁점은 삼성서울병원이 5월 31일 14번 환자의 비밀접 접촉자 명단(연락처 포함)을 완성했음에도 이틀 뒤인 6월 2일 역학조사관에게 지연 제출했는지 여부다.
역학조사관들이 5월 30일 이후 지속적으로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의 접촉환자 전수명단을 요구하기는 했다.
그러나 6월 2일 이전에 ‘연락처만이라도 우선 제출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청했는지는 역학조사관들의 감사원에서의 진술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이 무렵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 파트장은 역학조사관들과 여러 차례 메일과 문자 등을 주고 받았는데 6월 2일 이전의 이메일과 문자상에는 연락처만 독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없다.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팀은 의무기록 확인과 환자 모니터링을 통해 감염확산 예방활동에 필요한 정보(나이, 진료과, 환자 위치 등)를 포함한 14번 환자의 접촉 환자명단(마스터 명단)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그 명단에는 연락처 항목이 없었다.
감염관리팀은 이와 별도로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도 가지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 파트장은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요청이 있을 때마다 마스터명단을 제출했다. 마스터명단에는 처음부터 연락처 항목이 없어서 감염관리 파트장이 이를 일부러 삭제하고 준 것은 아니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 파트장은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시설격리를 위해 대상자 연락처가 필요하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을 때는 연락처 정보를 취합해 바로 제공했다.
또 역학조사관으로부터 명시적으로 연락처 명단의 우선 제출을 요청받았을 때 역시 연락처를 포함한 명단을 제출했다.
따라서 삼성서울병원이 환자나 보호자 등 민원인의 불만을 이유로 이 사건 명단 제출을 고의로 지연했다고 보기 어렵고, 지연 제출할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3) 이 사건 명단의 지연 제출이 삼성서울병원의 손실 발생 또는 손실 확대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중대한 원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의무기록으로 파악할 수 없는 보호자 부분은 명단 작성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6월 2일 14번 환자의 비밀접 접촉 환자 명단을 제출받고도 4일간 그 명단을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에 입력해 시도 보건소에 통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르면 비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연락 등의 조치는 시도 보건소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그 실행이 6월 7일 시작되었다.
이처럼 14번 환자의 비밀접 접촉 환자에 대한 조치가 제때 취해지지 못한 원인에는 피고 보건복지부 측이 명단을 제출받고도 4일 가량 방치한 잘못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명단의 지연 제출은 메르스 손실보상금 지급제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손실보상금 지급거부처분은 위법하다.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소송 최종 결과
2020년 5월 22일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과징금부과 및 손실보상금 지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사건번호: 63481번, 7747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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