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권고했다" VS "해고 당했다"

의사 "해고 당했다", 이사장 "사직 의향 물어본 것일 뿐"

이번 사례는 병원 이사장이 선배 의사를 병원장으로 스카우트하고 몇 개월 뒤 경영난, 병원장 업무 불성실 등을 이유로 퇴사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병원장이 퇴사한 뒤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위반한 해고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했는데요. 병원의 이사장인 피고는 대학 선배인 원고에게 병원장으로 근무해 달라고 부탁했고, 원고가 이를 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 병원의 병원장이자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하기로 하고, 계약기간 3년, 이후 4년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동일 조건으로 자동갱신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서에 합의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갱신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3개월 이전에 통지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해지 조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근로계약 종료 경위
원고는 피고 병원에 근무한지 6개월이 된 시점에서 피고로부터 연락을 받고 커피전문점에서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피고는 '피고 병원의 경영상 어려움', '원고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 '수술 내지 진료업무 부진', '병원장 업무 불성실' 등을 언급하며 원고에게 퇴사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언제까지 근무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지만 피고는 "죄송하다"는 말을 했을 뿐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는데요.

 

원고는 4일 뒤 '언제까지 근무하고 마치기를 원하는지', '계약종료에 따른 보상을 해 줄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피고에게 메일을 발송했고, 그 다음 날 병원 부서장 회의에서 자신이 퇴사하게 되었다고 알리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피고는 이틀 뒤 원고에게 메일을 보내 ‘제가 얘기 드리고 나서 이렇게 갑자기 그만둔다고 말씀하실 줄은 몰랐다’ ‘저도 준비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뜻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을 퇴사한 뒤 피고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원고의 주장
"피고는 근로계약을 통해 적어도 3년간 근무기간을 보장했음에도 경영악화 등을 운운하며 사직할 것을 강요함으로써 사실상 원고를 해고했다."

 

"피고는 원고를 해고해 근로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했으므로 그에 따른 잔여근무기간 월급에 상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병원장 내지 정형외과 과장의 역할을 소홀히 했고, 병원에 물의를 끼쳐오던 중 경영난까지 겹쳐 거취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진 사직했을 뿐 피고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파기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법원의 피고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다음은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비록 대화 도중 사직의향이 있는지를 원고에게 직접 확인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피고가 원고를 사퇴시키고자 했던 확정적인 의사가 존재했다고 볼 사정은 없다.

 

즉 당시 원고의 사직에 대비한 인력충원 내지 대체방안 등을 마련한 바 없었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희망하는 퇴직일자나 기타 퇴직 절차 등 해고조치를 취하려는 사용자가 응당 준비했을 법안 내용이나 절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원고 스스로도 피고 측의 사직권고를 일단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에게 구체적인 퇴사일자 등을 문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사직 권유를 받은 후 피고에게 메일을 보내 보상문제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피고 측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않은 채 그 다음날 바로 사직의사를 표명했다.

 

이로써 원고는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조건으로 퇴직을 유보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협상태도 여하에 따라 향후 보상 문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양해한 상태에서 확정적으로 퇴사의사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사건번호: 54893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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