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처방대로 한약만 복용한 환자 고나트륨혈증 사망
이번 사례는 두개인두종 수술을 받고, 항이뇨호르몬제인 미니린을 복용중인 환자가 한의사의 권고에 따라 자렐토를 제외한 양약을 끊고 한약을 복용한 뒤 고나트륨혈증으로 사망한 사안입니다.
사건의 개요
환자는 무월경 증세로 피고 병원에 내원해 저생식샘 자극호르몬 생식샘저하증 진단 및 시상하부 종괴인 두개인두종 진단을 받고 두개인두종 제거수술(1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개인두종은 뇌 중앙에 위치한 뇌하수체 부위에 발생하는 종양, 일종의 뇌종양입니다.
환자는 수술 뒤 호르몬을 생성하는 뇌하수체를 절제했기 때문에 호르몬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는데요. 환자는 약 5개월 뒤 양측 하지의 위약감과 배뇨곤란 증세로 피고 병원에 다시 내원했습니다.
의료진은 뇌 CT 검사를 통해 뇌실과 지주막하 공간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있는 수두증으로 진단하고 V-P 션트수술을 했습니다. 이 수술은 뇌척수액 통로에 션트를 집어넣어 뇌척수액이 복강에서 흡수되도록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환자는 이후 외래진료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며 항응고제인 자렐토를 처방받아 치료를 했습니다.
피고 한의원에서의 치료 경과
환자는 약 두 달 뒤 피고 한의원에 내원해 요붕증, 부종, 설사 등의 증세를 호소했는데요. 요붕증이란 항이뇨호르몬 작용의 이상으로 인해 정상인보다 많은 양의 소변을 생성하는 질환입니다.
당시 피고 한의사는 환자가 복용하고 있던 자렐토, 미니린(야뇨증치료제), 잔탁, 카니틸, 베타미가, 아리센트 등 피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양약을 확인한 뒤 그 중 자렐토를 제외한 나머지 처방약 복용을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5일간 자신이 처방한 이뇨효과가 있는 오령가감방(계지, 인삼, 백출, 황기, 자감초, 복령, 방풍)을 복용하도록 했습니다.
피고 한의사는 이틀 뒤 환자와 통화하면서 되도록 양약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했지만 환자가 양약 복용을 원하자 일단 양약을 복용하도록 했는데요.
환자는 3일 뒤 한의원에 내원해 한약 복용 후 몸이 아프고 쑤신다는 취지로 호소했고, 한의사는 "이런 증세는 양약에 대한 의존성으로 인해 양약을 끊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 한의사는 자렐토를 제외한 나머지 양약 복용을 중단하고, 자신이 처방한 한약을 복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환자는 3일 뒤 요통과 복통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해열제 투여후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가 고나트륨혈증에 관해 미니린을 잘 복용하고 있다고 하자 항생제 메이액트를 처방한 후 퇴원조치했습니다.
환자의 사망
환자는 그 뒤 이틀, 삼일 뒤 피고 한의사에게 전화해 다리에 통증이 발생해 걷기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다리가 검푸른색으로 변했다고 알렸는데요. 그러자 한의사는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내원하라고 권했습니다.
환자는 다음 날 소변량 감소, 진한 소변색, 우측 발 통증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심부정맥 혈전증, 폐색전증, 요로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진단받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러자 환자 유족들은 피고 병원과 한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다음은 원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입니다.
원고의 주장
"피고 병원은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급성신우신염을 단순 감기로 오진해 적극적인 항생제 치료, 신장투석치료, 복양지도를 하지 않고 퇴원시킨 과실이 있다."
"피고 한의사는 환자가 복용하고 있던 내분비약 복용 중단 지시를 해 탈수증세를 악화시켜 감염증 및 패혈증 쇼크를 일으키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병원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가 한의원에서 진료 받은 뒤 요통과 복통으로 내원했을 당시 혈액검사에서 고나트륨혈증 소견이 확인되자 내과 협진을 했고, 문진을 통해 환자가 항이뇨호르몬제인 미니린을 복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자 환자에게 미니린 복용과 물을 자주 마실 것, 내분비내과 외래진료 등을 권고해 의료진의 설명 및 복약지도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 한의사에 대한 판단
피고 한의사는 환자로부터 두 개인두종 수술을 포함한 병력 및 당시 복용하고 있던 경구약제에 관한 내용 등 기왕력을 고지받은 다음 자렐토를 제외한 나머지 양약 복용을 일체 중단하고 자신이 처방한 오량가감방만 복용할 것을 지시했다.
환자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8일간 뇌하수체 후엽호르몬제제인 미니린 복용을 갑작스럽게 중단하고, 반대로 이뇨작용을 수행하는 오량가감방을 복용했고, 이는 환자가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고나트륨혈증이 심했던 것과 높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한의사에게는 환자의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에 필수적인 내분비약의 복용을 중단하는 대신 자신이 처방한 이뇨작용 한약제를 복용하도록 함으로써 고나트륨혈증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
이런 진료상 과실과 환자의 패혈성 쇼크로 인한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사건번호: 52858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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