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보균자가 간부전으로 간이식

[스테로이드제 투약] B형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검사 의무

이번 사건은 B형 간염 보균자인 환자에게 뇌농양 수술을 한 뒤 뇌부종으로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면서 B형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을 다툰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진에게 관련 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며, 적어도 환자가 외래진료 당시 간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오심이나 구토가 발생할 경우 빨리 내원해 검사를 받도록 지도설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60년대에 출생한 원고는 급성 B형 간염으로 치료받은 병력이 있는데요. 원고는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었고, 이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원고는 B형 간염 보균자였지만 간기능은 정상이었습니다.

 

원고는 입원 다음 날부터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더 심해진데 이어 언어장애까지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이후 증상이 호전되어 항결핵제 등을 처방받아 퇴원했고, 외래에서 다시 항결핵제 등 2주일치 약물을 처방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언어장애 등을 호소하며 입원했고, CT와 MRI 검사 결과 다발성 뇌농양, 염증성 육아종 소견이 관찰되어 뇌농양에 대한 정위적 흡인술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수술 당일부터 항결핵제에 발작을 억제하는 항전간제를 투약했고, 그 후 뇌부종으로 인해 약 한달간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투약하고 증상이 개선되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외래진료에서 뇌농양의 크기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35일치 항결핵제와 항전간제를 처방했는데요.

 

그런데 원고는 식욕감소, 오심(구역감), 전신쇠약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검사 결과 전격성 간염에 의한 간부전 소견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항결핵제와 항전간제 투약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S대병원으로 전원해 생체간이식술을 받고 각종 면역억제제 투약 및 처방은 받은 후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5년 여 후 간기능 상태가 나쁘고 이로 인한 의식 혼미 증상과 이뇨제 사용에도 조절되지 않는 복수 증상 등으로 다시 생체 간이식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원고 측은 피고 병원의 의료상 과실로 인해 원고가 2차례나 간이식을 받았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청구했는데요.

 

원고의 주장

“피고 의료진은 결핵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검사결과가 부족함에도 감별진단 노력을 게을리 한 채 지속적으로 항결핵제를 투약한 과실이 있다.”

 

“피고 의료진은 B형 간염 보균자인 원고에게 총 6주 이상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면서도 B형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원고의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재활성할 가능성, 간기능 악화, 약제 유발성 간염의 증상과 징후 등에 대해 주의 깊게 설명하고,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를 방문하도록 교육해야 함에도 지도설명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

 

이 같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법원도 피고 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는데요.

 

법원의 판단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결핵제 투여를 시작한 때부터 20회 이상 지속적으로 간기능검사를 했는데, 그때까지 항결핵제 투약을 중단할 만한 간기능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질병을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오진한 상태에서 감별진단 노력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거나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항결핵제를 과다하게 투약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여부 확인 검사를 할 주의의무 여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성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항목은 HBeAg 검사와 HBV DNA 검사이다. 스테로이드제 투약으로 인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재활성화가 원고의 전격성 간부전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료진은 원고에게 강도가 높은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 투약을 마친 후 퇴원할 무렵에라도 HBV DNA 검사를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원고의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 정도를 보다 일찍 파악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거나 적어도 좀 더 면밀하게 간기능 이상 여부를 감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간 손상의 정도가 전격성 간부전에 이르지 않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B형 간염 보균자인 원고에게 B형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초래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후 AST, ALT 등 간기능 검사 외에 B형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HBeAg 검사, HBV DNA 검사를 시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피고 의료진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은 원고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에게 오심이나 구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도록 명확하게 지도설명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은 원고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과 인과관계가 있다.

 

사건번호: 200378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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