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신해 직원과 상담하고 대리처방한 사건
이번 사건은 요양시설 소속 직원이 시설 입소자를 대신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방문해 상담했음에도 해당 의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진찰료 및 정신요법료 등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다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사안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의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이 재량권을 이탈, 남용했다고 판단했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사건의 개요
원고는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중인데요. 피고 보건복지부는 원고 의원의 요양급여 전반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원고는 장기요양시설에 소속된 직원이 내원해 상담한 후 진찰료 및 정신요법료 등의 요양급여비용 3천여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대면진료가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가족에 대해 동일 상병, 장기간 동일 처방, 환자거동 불능, 주치의가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처방전 대리수령 및 진찰료가 인정됩니다.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대리처방을 요청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원고에 대해 50일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다음은 원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을 정리한 것입니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종전에 진찰한 환자들 가운데 거동이 불편하고 동일 질병으로 장기간 동일한 처방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 한해 노인복지시설 직원과 상담한 후 처방전을 대리 발급했다.
의료법도 2019년 8월 27일 원고에게 유리하게 개정되었으므로, 개정된 의료법을 소급 적용하면 원고가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했다고 볼 수 없다.
2019년 8월 27일 신설된 개정 의료법이란?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2(처방전)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하며,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누구든지 그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 제17조 2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진 경우로서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또는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있으며 대리수령자는 환자를 대리해 그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 이 조항은 2020년 2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인정사실
원고는 장기요양시설과 촉탁의 또는 협력의료기관 협약을 체결하고 시설을 방문해 입소 환자들을 직접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위와 같이 진료한 환자들 중 재진환자들은 직접 진찰하지 않고, 노인의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 등을 통해 처방전을 발급해 왔습니다.
법원의 판단
의료법 제17조 2가 신설되고, 고시가 개정되면서 장기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처방전 대리수령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재진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규정은 2020년 2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이를 소급해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의료법 개정에 따른 이해가 요양기관 운영자와 가입자 등 사이에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의료법 개정이 위헌적 요소를 해소하려는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된 것도 아니다.
또한 정신요법료 산정지침에 따라 정신요법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게 행한 경우에 산정할 수 있고, 가족치료는 한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치료를 행하는 경우에 산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당시의 의료법과 이 사건 고시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고, 개정된 의료법 및 이 사건 고시를 소급해 적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해 환자의 가족이 아닌 장기요양시설 소속 직원에게 처방전을 발급했음에도 재진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고,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정신요법료를 청구한 것은 부당청구에 해당한다.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 여부
피고는 장기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처방전을 대리수령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된 2019년 8월 27일 후인 9월 11일 이 사건 처분을 했다.
환자의 가족 뿐 아니라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도 처방전을 대리수령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된 것은 요양시설 직원이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관찰해 입소자의 질환, 주증상 등을 환자의 가족만큼 자세히 알고 있고, 환자와의 신뢰관계도 두터우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실제 환자에게 약제를 투여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부분 부당청구행위는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까지 보기는 어렵고,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감안하더라고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크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이 개정된 의료법 아래에서 노인요양시설 직원에게 처방전 대리수령이 허용되는 경우에 원고의 해당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는 현저히 낮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5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한다.
사건번호: 8687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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