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의료법인 이사장을 사무장병원 운영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 무죄 판결
이번 사건은 여러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법인에 대해 검찰이 사무장병원형 의료법인으로 판단해 의료법 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이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입니다.
피고인들은 A의료법인 이사,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모 지방검찰청은 A의료법인 이사, 이사장을 의료법 위반(사무장병원 운영),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다음은 검찰의 기소 내용입니다.
1. 의료법 위반(사무장병원 개설)
피고인들은 2006년 무렵 의사를 고용해 해당 의사 명의로 A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던 중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법인 이사로 선임해 형식적으로만 이사회를 개최했고, 의료법위반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유죄가 확정돼 재단 정관에 따라 이사 자격이 없음에도 계속 이사로 재직했고, 재단 자금을 자신들의 계좌뿐만 아니라 여러 차명계좌로 분산 인출해 사용하거나 대여금 명목으로 재단 자금을 병원 설립비용으로 사용했다.
아울러 피고인 중 한 명이 재단 이사장에서 사임했음에도 이사장용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로써 이들 피고인은 공모해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있는 자가 아님에도 의료재단을 앞세워 A전문병원, B요양병원, C병원, D요양병원 등을 개설해 운영했다.
2. 피고인들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의료법을 위반해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가 의사를 고용해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의료법을 위반해 의료재단을 개설하고 법인 명의로 A전문병원, B요양병원, C병원, D요양병원을 개설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2년간 1천억원이 넘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 편취했다.
3. 피고인들의 업무상횡령
피고인들은 재단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사를 받게 되자 의료재단의 자금으로 수사에 대응할 변호사 선임비용을 사용해 재단 자금을 횡령했다.
4. 피고인들의 주장 요지
피고인들은 의료법인을 적법하게 설립한 다음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있는 의료법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들을 개설해 운영했으므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이 사건 의료기관들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되어 운영되었으므로 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해당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수사의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의료법인에게 있고, 의료법인의 이익을 위해 수사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으므로 의료법인 자금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한 것은 업무상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
5. 법원의 판단
(1) 의료법 위반 여부
의료법인의 경우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에 개입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의료법상 허용되는 영역이자 사실상 이에 내재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법인은 수익 배분이 허용되지 않아 적법한 이사회 의결 없이 의료법인 재산의 처분이나 수익의 귀속, 과다하거나 허위의 급여 지급 등 의료법인의 수익이 비의료인에게 부당하게 귀속되는 때에는 배임이나 횡령 등의 형사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크다.
그러므로 비의료인의 부당한 수익 귀속행위가 있는 경우, 이를 근거로 삼아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 운영한 것으로 보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으로 처벌해 그런 행위를 억지할 수 있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를 실질적으로 비의료인 개인이 의료법인 명의만 빌려서 개설한 것으로 보아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려면 객관적으로 볼 때 의료법인이 형해화(형식만 있을 뿐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되어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비의료인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불과하다고 볼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의료법인의 설립과 의료기관 개설 과정,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고 전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등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자기 맘대로 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법인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없거나 비의료인의 담보물권 등 설정으로 법인의 자본이 부실해졌는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대한 투자의 대가로 그 수익을 분배받았는지, 비의료인과 의료법인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 의료법인 설립 과정
피고인은 다른 발기인들과 함께 적법하게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자신 소유의 부동산과 전문병원의 의료장비 등을 의료법인에 출연해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시설을 보유했고, 해당 의료법인은 설립 당시 의료법인으로서의 실체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3) 의료법인 설립 동기 관련
피고인은 의사의 명의를 빌려 전문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다가 의료법위반(사무장병원 개설) 등으로 기소되었고, A의료법인을 설립하게 된 동기가 해당 전문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경우 비의료인이 발기인, 임원이 되거나 재산을 출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법인이 적법하게 설립되고, 그 실체를 갖춘 이상 의료법인이 개설한 병원이 피고인이 종전에 개설해 운영한 사무장병원과 명칭 및 물적, 인적 시설이 같다고 하더라도 두 병원은 엄연히 개설 주체가 다른 별개의 병원에 해당한다.
(4) 의료법인 산하 의료기관 개설 과정
A의료법인은 순차적으로 4개의 병원을 개설했는데 개설 과정에서 피고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기관 개설 실무는 법인 직원들이 담당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활동은 의료법인을 대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의료법인은 요양병원과 병원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병원 시설에 필요한 부동산을 출연받거나 매수해 의료법인 명의의 소유권을 취득해 기본재산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A의료법인을 제쳐놓고 개인적으로 의료기관들을 개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이사회 운영 관련
A의료재단은 13년간 약 80차례 이사회를 개최해 회의록을 작성했고, 이사회 소집통지가 대부분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이사회는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이사가 의결에 참여하거나 정식 이사회 개최 없이 회의록을 사후에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이사, 감사들의 관계에 비춰 보면 서면 이외의 다른 적당한 방법(전화통화 등)으로 사실상 소집통지를 했을 개연성이 있고, 실제 임원들 중 어느 누구도 소집통지의 흠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그 밖에 수사기관이 문제로 삼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의결 참여,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등의 흠이 발견된 사례는 전체 이사회 중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흠은 원칙적으로 당해 이사회 결의의 효력 문제로 귀결될 뿐 그러한 사정만으로 A의료법인의 이사회가 형해화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6) 수익의 분배 여부 등
수사기관은 수차례에 걸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의료법인의 자금 흐름에 관해 면밀한 수사를 했음에도 의료법인 산하 병원들의 수익이 피고인들의 경제적 이익으로 분배 내지 귀속되었다는 사정을 밝히지 못했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설령 법인카드를 일부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를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개별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이상, 위법행위가 있다고 해서 이 사건 의료법인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비의료인인 피고인이 의료법인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면서 자의적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있지만 나아가 객관적으로 볼 때 의료법인이 형해화되어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들이 실질적으로 피고인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불과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7) 특가법상 사기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의료기관들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위법하게 개설되어 운영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해당 의료법인이 의료기관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한 것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8) 업무상횡령 여부
피고인들이나 의료법인 관계자들에 대한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인한 경찰의 수사에 대해 피고인들뿐 아니라 의료법인 자체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피고인들 및 수사와 관련된 참고인들의 변호인 선임비용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의료법인 자금으로 지출한 것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각 공소사실에 관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사건번호: 377번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글 하단 댓글에 비밀글 형식으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안기자 의료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별가산율 기준 위반해 부당청구한 종합병원 업무정지 위법 (0) | 2021.02.26 |
---|---|
뇌동맥류 코일색전술 후 뇌경색 (0) | 2021.02.26 |
장애인시설이 간질장애인에게 간질약을 주지 않아 중첩발작 초래 (0) | 2021.02.25 |
제약사가 의대동문회 식사비 결제하면 리베이트 (0) | 2021.02.24 |
코로나19와 유사한 메르스 역학조사‧진단검사 지연 국가배상 (0) | 2021.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