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당한 만취환자 뇌CT 검사중 구토해 기도폐쇄 뇌손상

구타 당한 만취환자 뇌CT 검사중 구토해 기도폐쇄 뇌손상

이번 사건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얼굴을 구타당하고 전신과 머리 충격을 받아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가 뇌CT 검사 도중 구토를 했음에도 기도흡인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식물인간 상태가 된 사례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안면 부위를 주먹으로 맞고 계단을 끌려 내려가 전신 및 후두부에 충격을 받아 피고가 운영하는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진단 결과 안면부 부종 및 출혈이 있었고, 술에 취해 의식상태가 불안정했으며 의료진의 지시에 협조가 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원고의 생체활력징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의료진은 안면부 구타 등으로 인해 뇌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뇌CT 검사를 하기로 계획했지만 원고의 상태가 불안정하고 진정되지 않자 두 차례 미다졸람을 투여한 뒤 3시 47분 경 뇌CT 검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검사 도중 비협조적인 반응을 보이며 구토를 하자 뇌CT 검사만 마치고 안면골CT와 X-ray 검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다시 응급실로 이송했습니다.

 

의료진은 침상정리를 마치고 원고에게 심전도 감시장치를 부착해 심박수를 확인한 결과 42회/분으로 떨어진데 이어 0회로 심정지가 발생하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자발순환을 회복하고 혈압, 심박수, 체온, 산소포화도가 안정을 되찾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습니다.

 

의료진은 흉부 X-ray 검사를 한 결과 폐부종, 흡인성 폐렴 소견이 나타났고, 그 다음 날 혼미한 의식상태가 지속되었으며 경련 양상의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에 의료진은 원고를 중환자실로 입원시키고 저체온요법을 시행했지만 대광반사가 느리고 의식상태가 혼수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의료진이 이틀 뒤 뇌MRI 검사한 결과 뇌손상 소견을 보였으며, 이후 상급병원으로 전원돼 저산소성 뇌손상에 대한 약물치료, 경련에 대한 검사 및 약물조정 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와 최소 의식 상태의 중간정도에 해당하는 의식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자 원고 측은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놓였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측은 "환자가 뇌CT 검사 도중 구토할 당시 토사물에 의한 기도흡인이 발생하지 않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즉시 흡인 조치해 기도폐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해 토사물의 기도흡인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야기해 결국 호흡성 심정지를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고 측은 "의료진이 기도폐쇄에 의한 저산소증을 조기에 확인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상당기간 진행돼 호흡성 심정지 및 저산소성 뇌손상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 법원도 원고 측의 이런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2심 법원의 판단

원고와 같이 알코올 섭취 후 진정제를 투여받은 경우 토사물의 기도흡인 위험성이 높은 상태여서 구토로 인한 기도흡인 발생시 즉시 왼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흡인기로 토사물을 빼주어야 한다.

 

또 의식저하, 호흡곤란 또는 다량의 토사물이 기도로 흡인되어 적절한 기도유지가 곤란한 경우 기관내 삽관을 통해 유입된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에 대한 진료기록부, 특히 간호기록지에는 구토 이후 심정지 발생 이전까지 침상 등을 정리하고 심전도 감시장치를 부착한 것만 기재되어 있을 뿐 기도를 확보하고, 흡인기로 토사물을 제거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없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가 구토(3시 47분)한 이후 심정지 발생(4시) 이전까지 사이에 토사물을 최대한 제거하는 등 흡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설령 그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시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의료진은 원고가 CT 검사 도중 구토할 경우 토사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인해 급성호흡부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를 확보하고 흡인기로 토사물을 제거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

 

구토 이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심정지가 발생했는지 여부

원고가 구토(3시 47분)한 이후 침상정리를 마칠 때(3시 58분)까지 기도폐쇄로 인한 저산소증이 악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진정 상태에서 구토한 원고의 경과관찰을 소홀히 함으로써 기도폐쇄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해 토사물에 의해 원고의 기도가 폐쇄되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갑작스럽게 악화되어 서맥과 심정지로 진행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의료진은 구토한 진정환자인 원고에 대해 기도를 확보하고, 토사물을 제거하는 조치 이외에도 경과관찰을 하고, 그에 대응해 기도폐쇄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태변화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사건번호: 52817번, 207642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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