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산모가 분만 이전에 중증 자간전증 증상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산모와 신생아 모두 사망에 이른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의료진이 자간전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태아와 신생아에 대한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입니다.
기초 사실
임신부 E는 피고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아왔습니다.
임신부는 매주 산전 진찰 과정에서 혈압이 117/84mmHg에서 최고 150/105mmHg로 측정되었고,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최고 3+ 소견이 나왔습니다.
임신부는 유도분만을 하기 위해 피고 병원에 내원했고, 당시 혈압은 147/121mmHg로 측정되었습니다. 소변검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은 오전 9시 45분 경 옥시토신을 투여한 뒤 유도분만을 시행했고, 오후 2시 10분 경 진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 21분 경 경련을 일으키자 의료진은 산소를 공급했습니다.
의료진은 오후 2시 42분 경 응급제왕절개수술을 해 3.26kg의 남아인 A를 분만했습니다.
분만 직후 A의 아프가 점수는 1분에 2점, 5분에 3점에 해당했습니다.
아프가 점수는 신생아의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출생시 아프가 점수가 7~10점이면 양호한 상태, 4~6점은 호흡 감소, 무기력, 청색증 상태입니다.
0~3점은 심박동이 느리고 인공호흡 등 소생술을 즉시 시행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E와 신생아 A의 경과
E는 출산 당일 오후 4시 35분 경 질출혈이 나타났고, 오후 4시 37분 경 혈압이 80/60mmHg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그러더니 오후 5시 3분 경 쇼크 상태가 되었고, 의료진은 H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하지만 H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심정지 상태였고, 응급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했습니다.
신생아 A는 G병원으로 전원해 중환자실에서 주산기 가사(perinatal asphyxia)로 치료를 받다가 1년 여 뒤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변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러자 E와 A의 유족인 원고는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E와 A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은 E에게 자간전증 의심증상 또는 자간전증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고는 “이 경우 신속히 입원시켜 유도분만을 시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런 의무를 위반해 자간전증을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원고는 “산모가 자간전증 상태였으므로 태아에 대해 생물리학적 검사를 분만 전에 매일 시행했어야 하지만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간전증이란?
임신 전에는 정상적인 혈압이었지만 임신 20주 이후 고혈압이 발생하고 단백뇨가 검출되는 증상입니다.
진단 기준은 임신 20주 이후 수축기 혈압이 140mmHg 또는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올라가고, 단백뇨가 24시간 채뇨 소변에서 300mg 이상 또는 무작위 채뇨에서 1+ 이상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1. 자간전증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고, 입원 및 유도분만을 지연한 과실 여부
산모 E는 분만 전 혈압이 151/105mmHg로 급격히 오르고 단백뇨가 3+로서 중증 자간전증에 해당했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은 2주 연속 산전진찰한 당시가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입원시키지 않고 분만 전날인 월요일 내원하도록 하고 귀가시켰다.
오히려 피고 의료진은 당시 자간전증 환자에게 절대적 금기에 해당하는 유산소 운동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산모에게 자간전증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신속하게 입원시켜 유도분만을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자간전증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2. 신생아에게 생물리학적 검사를 하지 않는 과실 여부
태아에 대해 생물리학적 검사를 하는 취지는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것이다.
피고가 생물리학적 검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초음파검사를 통해 양수 확인, 태아 심음 청취, 태아 상태 확인 등을 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생물리학적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을 피고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
3.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는 산모의 자간전증 및 중증 자간전증을 제대로 진단해 설명하지 못했다.
또 이로 인해 산모는 자간전증 상태에서 분만을 하게 된다는 것과 그런 상황에서 유도분만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는 설명의무를 위반해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것이다.
글 번호: 501660번
2021.03.20 - [안기자 의료판례] - 임신중독증 산모 즉각 유도분만 안한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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