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을 담당한 의사는 수시로 산모와 태아의 심박동 등을 감시해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히 조치해야 합니다.
또한 출생한 신생아가 태변 착색, 청색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처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자연분만으로 출생한 신생아가 태변흡인증후군으로 뇌병증, 뇌성마비, 경직성 사지마비 등이 발생한 안타까운 사안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분만 담당 의사가 산모 및 태아에 대한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 분만후 신생아에게 발생한 태변흡인증후군 등에 적절하게 대처했는지 여부입니다.
인정사실
원고는 초산부로서 임신 34주 째에 피고 산부인과에서 산전진찰을 받았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의 예상체중이 2.8kg으로 측정되었고, 산모나 태아에게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원고는 임신 39주 3일째 진통을 느껴 피고 병원에 내원해 질식분만(자연분만)을 준비했습니다.
피고 의료진은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간헐적으로 원고의 자궁경관의 상태와 태아하강도를 관찰하고, 태아심박동을 측정했습니다.
분만 담당 의사의 주의의무
가. 산모 및 태아 감시의무
분만에 참여하는 의사는 태아심박동, 자궁 수축 빈도, 기간 및 강도를 살피고, 양막 파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진을 시행해야 합니다.
또 산모의 활력징후를 관찰함으로써 분만 진행상황을 정확히 평가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생기면 산소 공급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태아심박동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해 발생 가능한 이상 상황에 대처해야 합니다.
나. 분만후 응급조치 의무
의료진은 신생아가 출생한 당시 태변에 심하게 착색되어 있고 울음이 없으면 즉시 태아의 입 인두에서 성문 아래를 노출시켜 세심히 태변을 제거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기관삽입을 해 기도를 확보한 후 산소를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분만 후 경과
원고는 자정을 지날 무렵 신생아 A를 분만했습니다.
그런데 신생아는 출생 직후 10분 이상 울지 않고 근육이 이완되어 있었으며, 진한 태변 착색을 보였습니다.
아프가 점수는 1분 4점, 5분 6점으로 측정되었습니다.
피고 의료진은 신생아에게 구강대 구강 인공호흡, 앰부배깅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등 마사지, 보온유지, 자세 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결과 신생아는 약하게 자가호흡을 시작했고, 심박동이 155~160회/분, 호흡이 60~65회로 측정되었지만 울음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피고 의료진은 129 응급구조대 차량을 이용해 F병원으로 전원시켰으며, 당시 차량에 동승해 계속 앰부배깅을 시행했습니다.
F병원은 신생아에 대해 태변흡인증후군, 저산소성 뇌손상, 신생아 경련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흡인술을 실시해 묻어나오는 태변을 제거하고 항경련제를 투여했습니다.
A는 그 뒤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유아성 경련, 뇌성마비, 경직성 사지마비 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앉기, 기기 및 서기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또 일상생활과 동작 전 영역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언어장애와 인지기능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습니다.
분만감시
분만진통 중에는 태아심박동과 자궁 내압을 정기적으로 연속해서 기록해 자궁수축 빈도, 강도와 기간 및 수축에 대한 태아심박동의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자궁수축 이후 태아심박동이 분당 110회 미만으로 반복해 감소하면 태아심박동을 자세히 감시해야 합니다.
만일 자궁수축 이후 1분에 100회 미만의 심박동이 있었다면 수음 수축 전에 120~160회로 회복되더라도 태아곤란증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미국산부인과협회는 분만 중 간헐적 태아심박동 청취는 저위험 산모 군에서 분만 1기에는 30분 간격, 분만 2기에는 15분 간격, 고위험 산모 군에서는 각각 15분, 5분 간격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태변흡인증후군
태아가 분만과정 전후 태변이 착색된 양수를 흡인하는 경우 태변흡인증후군 또는 폐렴이 유발되어 주산기 이환률 및 사망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진한 태변착색이 있는 경우 태변흡인증후군 진전을 막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분만 후 입에서 태변을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
원고는 피고 병원이 분만 중 감시를 소홀히 한 과실과 분만 후 응급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로 인해 신생아에게 태아곤란증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다음은 판결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가. 분만 중 감시를 소홀히 한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자궁경관이 4cm 정도 개대된 오후 7시 30분 경까지는 약 70분 간격으로, 그 뒤 오후 10시 45분 경까지는 약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태아심박동을 측정했다.
뿐만 아니라 분만 2기가 시작된 오후 10시 45분경부터 자정까지 약 1시간 15분 동안 태아심박동 등을 측정한 진료기록이 없다.
태아하강도 역시 오후 7시 30분 경 이후에는 이를 확인한 기록이 없다.
나아가 신생아는 출생 당시 태변이 심하게 착색되어 있었는데 이는 상당 시간 태변이 착색된 양수에 노출되었음을 시사한다.
신생아는 출생 당시 울음이 없고, 자가호흡을 하지 못했으며, 이후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신생아는 이미 분만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이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분만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을 의심케 하는 이상증상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피고 의료진은 태아심박동수 모니터링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용 측정기를 이용해 분만 1기의 경우 약 70분 또는 30분 간격으로, 분만 2기에는 단 한차례 태아심박동을 측정했을 뿐이다.
분만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간호사가 내진 및 태아심박동 측정을 했다.
특히 원고의 자궁경관이 완전 개대된 오후 10시 45분경부터 분만실로 이동한 자정 무렵까지 의사인 피고는 직접 원고를 진찰하지 않았다.
피고는 분만감시의무를 소홀히 해 원고에게 이상증상이 발생했음에도 제때 발견하지 못해 그에 대응한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나. 분만 후 응급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 여부
피고의 진료기록상 출생 직후 신생아의 태변을 제거한 기록이 없고, 증언에 의하더라도 의료진은 석션 튜브를 원고의 입과 코에 넣어 태변을 제거한 정도에 그쳤다.
F아동병원 도착 당시 신생아는 울음이 없고, 온몸에 청색증이 나타나는 등 출생 후 상태가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태변착색 등으로 태변흡인증후군이 의심되는 원고에 대해 분만 직후 및 전원 과정에서 요구되는 응급처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글 번호: 510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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