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환자 격리, 강박 지침 위배사건

조현병환자에 대한 격리, 강박 수칙 위반사건

사건의 쟁점

이번 사건은 조현병 환자가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격리 및 강박치료를 받던 직후 폐동맥혈전색전증으

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해당 의료기관이 격리 및 억제대를 사용해 강박하던 중 지침을 위반했는지,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입니다. 아울러 강박을 하기 전에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도 쟁점입니다.

 

조현병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

환자의 피고 정신병원 내원 경위

환자는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피고 병원에 약 3개월간 입원해 약물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자 퇴원했습니다.

 

환자는 4년 뒤 다시 조현병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를 받은 뒤 3개월 후 퇴원했습니다.

 

이처럼 환자는 조현병으로 피고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고, 클로자핀 투여량을 늘렸음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다시 피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11일간 9번의 강박

의료진은 환자에 대해 면담치료, 약물치료를 실시하는 한편 주치의의 판단 모두 9번에 걸쳐 강박을 실시했습니다.

 

강박은 환자가 뛰다가 바닥에 몸을 던지는 등 행동조절이 되지 않을 때, 출입물을 어깨와 손바닥으로 치거나 침대 위에서 뛰며 행동조절이 되지 않을 때, 복도 중앙 의자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다른 환자를 발로 차고 때리는 행동을 할 때 등의 상황에서 시행했습니다.

 

또 환자가 보호자 면회 중 갑자기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자다가 일어나 병실 바닥에 누워 혼잣말을 하며 발로 문을 차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할 때 11일간 9차례에 걸쳐 길게는 13시간 30분 간 지속했습니다.

 

이렇게 격리, 강박을 할 때는 아래와 같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준을 엄격히 따라야 합니다.

 

격리 및 강박 지침

격리 및 강박 지침

격리는 환자가 자해, 타해 또는 심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응급상황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서 일정시간 동안 행동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박은 손목이나 발목을 억제대(강박대)로 고정시키거나 벨트 사용, 보호복 착용, 의자에 고정시키는 방법 등으로 신체운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런 격리 및 강박은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있는 환자를 보호할 목적이 있는 경우 △치료 프로그램이나 병실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환자가 받는 과도한 자극을 줄여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적용합니다.

 

특히 격리 및 강박은 주치의 또는 당직의사의 처방에 따라 시행 및 해제해야 합니다.

 

격리 또는 강박 시행 전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병동 편의 및 처벌을 목적으로 시행할 수 없습니다.

 

강박조치를 할 때에는 1시간 마다 활력징후를 점검하고, 최소 2시간마다 팔, 다리를 움직여주어야 하며, 음료수를 적절하게 공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강박은 환자의 신체를 구속해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흡인성 폐렴, 혈액순환장애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가능한 최소 시간만 실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10번째 강박과 사망

환자는 9번째 격리 및 강박을 종료한 후 3시간 뒤인 12시경 화장실에 다녀온 후 여자 간호사에게 "남자에요? 여자에요? 남자인 거 같은데 무서워요"라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은 12시 45분 경 환자의 병실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니 환자가 엎어진 상태로 쓰러져 있었지만 외상은 없었습니다.

 

환자는 1분간 대답이 없고 숨을 '푸' 내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환자는 12시 48분 부르는 소리에 “네”라고 답하고 “학교에요, 병원이에요?”라고 묻자 “병원요”라고 답했는데 당시 얼굴은 창백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환자를 부축해 안정실로 옮겨 눕히고, '안정간호'를 한다는 명목으로 다시 3포인트 강박을 실시했습니다.

 

환자는 12시 50분 경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르며 숨을 몰아쉬더니 의식이 없었고, 담당 의사는 12시 52분 경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의료진은 12시 55분 경 격리, 강박을 종료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했지만 상급병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폐동맥혈전색전증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폐동맥혈전색전증이란?

색전(혈관을 막아 색전증을 일으키는 물질)에 의해 폐동맥의 순환이 폐쇄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강박치료 중 적절한 관절운동이나 자세변경은 하지 정맥 혈류의 정체를 감소시킬 수 있어 심부정맥 혈전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강박치료 중인 환자의 폐동맥혈전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해 양 다리에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게 하거나 항응고제를 투약하며, 가능한 일정한 간격으로 환자의 다리를 움직이도록 합니다.

 

유족들은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환자의 유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강박치료 과정에서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위반했으며,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심부정맥 혈전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고들은 의료진이 강박을 실시하기 전후로 환자는 물론 보호자에게 강박조치 실시 여부, 치료의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 병원은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피고 병원의 반박

의료진은 강박치료를 할 때 1시간마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자세를 변경해주었으며, 팔, 다리를 움직여 주는 등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준수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피고 병원은 환자가 비만에 해당했고, 클로자핀을 7년 이상 복용하는 등 폐동맥혈전색전증을 초래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지니고 있어 강박치료로 인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의 판단

가. 의료상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에게 11일 동안 총 9회에 걸쳐 최소 2시간에서 최대 13시간 30분에 이르는 강박을 연속해서 실시했다.

 

강박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흡인성 폐렴, 혈액순환 장애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최소 시간만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의료진은 강박시 약물치료를 병행했으므로 환자에게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음에도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위반해 강박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은 주로 3 내지 4포인트 강박을 실시했는데 억제대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팔,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은 강박 중인 환자에게 압박 스타킹, 항응고제를 사용하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다리를 움직여주는 등 폐동맥혈전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은 환자가 사망한 당일 엎어진 상태로 1분간 대답이 없고, 얼굴이 창백하고 의식이 없는 등 이전의 강박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음에도 3포인트 강박을 실시했다.

 

이와 같은 강박은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있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위반해 강박치료를 실시했고,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적인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아 심부정맥 혈전이 유발되었다.

 

또한 사고 당일 환자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음에도 재차 강박을 실시하는 등 이상증세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심부정맥 혈전이 폐동맥계로 들어가 혈관을 폐쇄함으로써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

나. 피고 병원의 주장에 대한 판단

사고 당일 환자의 증상이 자해 혹은 타해의 위험이 높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더 높은 강도의 강박이 실시됐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의 주장과 같이 환자에 대한 강박이 자해 혹은 타해의 위험성에 비춰 적절한 강도와 방법으로 계속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 부검 결과 환자의 혈액과 내용물에서 클로자핀이 검출되었지만 혈액 중 약성분 함량은 치료농도 이하였던 사실에 비춰 보면 환자의 폐동맥혈전색전증이 클로자핀으로 인한 것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다.

 

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의 격리 및 강박 규정을 보면 강박, 격리 시행 전 또는 시행 후 그 이유를 환자 또는 보호의무자에게 설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강박 실시 전 보호의무자에게 격리 및 강박 시행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은 후 격리 및 강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행해야 한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강박을 하기 전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강박 실시 여부 및 그 사유, 방법,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 내지는 보호자로 하여금 강박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 글 번호: 201500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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