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쟁점
이번 사건은 소아 환자가 병원에서 급성편도염 진단 아래 항생제를 투여한 직후 의식을 잃어 심장마사지, 기도삽관 등의 조치를 했지만 저산소뇌병증 등으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해당 병원이 항생제 과민성에 대해 사전 진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항생제 주사방식과 경과관찰 과정에서 과실이 있는지, 시도삽관을 잘못한 과실이 있는지 등입니다.
환자의 치료 경위
소아인 환자는 지속적으로 열이 나자 피고 병원에 내원했는데요.
피고 병원 소아과의사는 상세불명의 급성편도염으로 진단하고 환자를 입원 조치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48분 경 생리식염수, 항생제인 후루마린 등을 주사했습니다.
의식을 잃은 환자
그런데 환자는 2시 49분경 호흡곤란, 청색증 등의 증세를 보이면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의료진은 2시 50분 경 환자를 처치실로 옮기고, 해열제, 항경련제를 주사한 뒤 앰부배깅을 실시했습니다.
또 2시 58분 심장마사지, 오후 3시 기도삽관을 실시하고, 에피네프린을 투여했습니다.
기도삽관 불구 산소포화도 저하
기도삽관을 할 경우 산소포화도가 정상치로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환자는 기도삽관을 한 이후 70% 대에 불과해 정상치에 크게 미달했습니다.
이럴 때에는 기도삽관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의료진은 그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원 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원 이후 경과
의료진은 3시 15분 환자를 I병원으로 전원 조치했고, I병원 의료진은 오후 3시 33분 경부터 가슴압박, 에피네프린 투여 등 심폐소생술을 한 뒤 기존의 인공기도를 제거한 후 새로 기도삽관을 했습니다.
환자는 그 뒤 여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으로 안타깝게도 사망했습니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환자의 보호자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과실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환자의 후루마린에 대한 과민성을 사전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 원고들은 환자가 안정된 상태에서 의사가 직접 또는 의사의 입회 아래 후루마린을 주사하고 경과관찰을 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환자가 복도에 서 있는 상태에서 의사의 입회 없이 간호사가 약물조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원고들은 환자가 이전에 후루마린을 투여한 후 발적을 일으킨 적이 있어 적정 용량의 50%를 초기 용량으로 투여하는 등 신중히 투여했어야 함에도 한꺼번에 투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원고들은 “환자에 대한 적절한 기도삽관에 실패했고, 이후 기도삽관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이를 시정하지 못해 심폐소생에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 병원에 일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다음은 1심 판결의 주요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가. 후루마린 과민성을 사전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 여부
환자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3개월 전에도 피고 병원에 입원해 후루마린 항생제 등을 투여 받고 전신 발적, 늘어지고 자려는 증상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저혈압이 없었고, 달리 호흡기 증상 등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나필락시스 반응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환자는 이 사건 20여일 전에도 발열 및 콧물 증승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에 내원해 4일간 입원했다.
당시 의사는 급성 상기도 감염, 상세불명의 알레르기성 비염 및 위장염 및 결장염으로 진단하고 엔에스주사액, 삐콤헥사주사를 혼합 투여했다.
그런데 환자는 30분 후 얼굴과 전신에 발적, 양쪽 눈 부종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즉시 중단했다. 그 후 의료진은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하루 3번 후루마린을 주사했다.
원고들은 환자가 보인 발적, 눈 부종 증상이 후루마린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별다른 과민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증상이 후루마린 주사에 대한 과민반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후루마린과 같은 세팔로스포린 계 항생제는 항생제 과민반응 과거력이 있거나 처음 투여한 환자에 대해 피부반응검사를 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이에 의료진은 환자가 과거 입원한 기간 총 7차례에 걸쳐 후루마린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음성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의료진으로서는 환자가 후루마린에 대한 과민성이 있다는 점을 미리 진단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후루마린 주사 방식, 경과관찰 과정에서 과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 병원 간호사는 당일 오후 2시 48분 경 환자가 보호자와 복도에 서 있는 상태에서 이미 꽂혀있는 링거를 통해 후루마린 등의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와 같이 항생제를 주사할 때 반드시 의사가 직접 시행하거나 입회해야 한다거나 환자가 누운 자세에서 주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
다. 기도삽관에 실패하고 이를 시정하지 못한 과실 여부
의료진은 사건 당일 오후 2시 50분 앰부배깅을 시작하고, 심장마시지, 기도삽관,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는 등 심폐소생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오후 3시 68%, 60%에서 오후 3시 11분 경 50~60%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등 정상적인 산소포화도인 96~10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환자가 전원한 I병원 의료진은 오후 3시 49분 경 후두경, 흉부 방사선촬영 등을 통해 인공기도가 잘못된 위치에 삽관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기존 인공기도를 제거한 후 새로 기도삽관을 했고, 그 뒤 산소포화도가 95%가 되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 병원에서 시행한 기도삽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기도삽관 이후 산소포화도가 정상치로 올라오지 않았고, 기도삽관이 잘못된 경우 오히려 기도를 막을 수 있고, 기도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전원할 경우 중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환자를 전원시킬 때 폐 청진, 위 청진, 후두경, 흉부 방사선사진 등을 통해 식도가 아닌 기도에 제대로 삽관이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도삽관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점이 담보된 상태에서 전원 조치했어야 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청진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진이 이를 확인한 후 전원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 소속 의료진이 환자를 전원시키기 전에 기도삽관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했더라면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글 번호: 3355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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