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산부인과 내원 경위
피고는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인데 의원 간판에는 ‘24시간 분만’이라는 문구가 지재되어 있다.
원고는 임신 진단을 받은 후 피고 의원에서 정기적으로 산전진찰을 받았는데 내원 기간 피고로부터 ‘전치태반 하위형’ 진단을 받은 것 외에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원고는 임신 39주 2일째 오후 7시 20분 경 양수가 터진 것을 확인하고 피고 의원에 전화해 내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피고 의원 간호조무사 I로부터 내원해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산부인과 내원 후 경과
원고는 오후 7시 50분 경 피고 의원에 도착했는데 당시 간호조무사 I만 근무하고 있었다.
I는 원고를 입원실로 안내해 침대에 눕힌 다음 제모와 관장을 시행하고, 입원실을 나갔다. 원고는 오후 8시 43분 경 탯줄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제대탈출을 확인하고 입원실 전화로 간호조무사 I에게 탯줄이 빠졌다고 말했다.
이에 I는 피고 의사에게 이를 알린 다음 원고를 분만실로 이동하게 했고, I는 원고의 배에 손을 대고 태동을 확인했다.
그런데 태동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자 원고에게 분만실에 있는 다른 침대로 누우라고 한 다음 태동검사기를 원고의 배에 부착했다.
그 무렵인 오후 8시 50분 경 분만실에 들어온 피고 의사는 태아의 심박동이 잘 느껴지지 않자 초음파로 태아의 심박수가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에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해 오후 9시 12분 경 신생아를 분만했다.
신생아의 분만 후 상태
출생 이후 신생아는 당일 J병원으로 전원해 호흡곤란증후군 및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추정되는 중추신경계 병변으로 인한 강직성 사지마비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몇 년 뒤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원고는 피고 산부인과의 과실로 인해 신생아가 뇌손상을 입었고,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
1. 24시간 분만병원이 갖춰야 할 진료체계를 갖추고 적절한 처치를 했는지 여부.
2. 임신부에게 제대탈출이 발생했을 때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사의 주의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결
가. 진료체계를 갖춰야 할 주의의무 위반 유무
피고 의원과 같이 24시간 분만이 가능하다는 표시를 한 의료기관은 출산이 임박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한 산모들이 언제든지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
원고는 양막이 파열되어 피고 의원에 내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내원해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음에도 내원 당시 간호조무사만 있었고, 의사는 그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난 후 도착했다.
양막 파열은 출산이 임박했다는 징후일 뿐만 아니라 제대 탈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간호조무사는 피고 의료진에게 이를 즉시 알리지 않았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피고는 의료행위에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 내지 진료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나. 제대탈출이 발생한 이후 처치상 과실 유무
제대(탯줄) 탈출이 일어나면 태아에게 산소공급이 중단되므로 응급분만을 할 때까지 제대 압박을 줄이기 위한 처치를 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의사가 없을 경우 제대 압박을 줄이기 위한 처치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 의원 의료진은 제대탈출이 발생한 후 수술에 이르기까지 원고를 입원실에서 분만실로, 분만실 안에서 다른 침대로, 분만실에서 초음파실로, 다시 수술실로 이동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제대(탯줄)를 손에 들고 이동했으며, 초음파 기계가 작동될 때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서있기도 했다.
의료진은 제대탈출이 일어난 오후 8시 43분경부터 제왕절개수술이 시작될 때까지 원고의 제대압박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의료진은 제대탈출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행위라는 업무의 성질에 비춰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 결과 발생과 인과관계에 대해
원고에게 제대탈출이 일어난 곳은 피고 의원이었다. 피고 의원이 24시간 분만 의료기관에 맞는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면 제대압박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처치, 신속한 제왕절개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 의사는 제대탈출이 발생한 지 약 7분이 지나서야 의원에 도착했다.
피고 의원이 진료체계를 갖춰 의원에 도착해 있었다면 원고에게 제대탈출이 발생한 즉시 제왕절개수술을 했을 것이므로 7분이라는 제대압박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의료진은 위와 같이 진료체계를 갖춰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제대탈출이 발생한 이후 처치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신생아 뇌병증이라는 악결과를 발생시켰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 내지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글 번호: 507913번
2021.09.03 - [안기자 의료판례] - 분만 중 산모, 태아 감시 소홀해 신생아 뇌성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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