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실
피고인은 A종합병원 내과 의사이다. 40대 남자인 피해자는 8월 15일 오후 8시 53분 경 A종합병원 응급실에 두통, 복통, 구토감, 전신근육통 등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이에 의료진은 피해자를 급성신부전증, 급성위장관염 등으로 진단하고 입원 조치했다. 피해자는 입원 다음 날부터 피고인 내과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17일 오후 8시 경 담당 간호사에게 “머리에 뭔가 쫙 올라가는 느낌이 들면서 너무 아프다”는 취지로 이야기 하며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당시 혈압은 200/120mmHG까지 상승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 경에는 통증이 목 쪽으로 내려왔다고 호소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이런 경우 담당 의사는 피해자에게 뇌 지주막하 출혈을 비롯해 두개내 질환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뇌 CT 검사 등을 통해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거나 신경외과에 협진을 요청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뇌지주막하 출혈 발견
피고인은 그로부터 2일이 경과한 19일 오후 4시 39분 경 피해자가 두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사지강직 증상을 보인 후에야 뇌 CT 검사를 실시해 뒤늦게 뇌지주막하 출혈을 발견했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 5시 57분 경 대학병원으로 전원 되었고, 뇌 CT 검사를 통해 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출혈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는 23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해 출혈 부위에 대해 코일색전술을 실시하는 등 치료를 이어갔지만 몇 년 뒤 지주막하출혈에 따른 합병증인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피고인은 업무상과실치사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뇌지주막하 출혈과 같은 이상 징후를 판단하거나 신경외과에 협진을 요청해야 할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1.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피해자는 두통, 복통, 구토감 등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된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구역질, 구토 등이 발현된다.
2. 피해자의 증상 호소
-입원 다음 날인 16일 “온 몸이 아파요. 머리도 아프고, 전신이랑 머리가 아파요.”
-17일 오후 9시 57분 “배에 가스가 차면서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잠도 못 자요”
-17일 오후 10시 40분 “아까는 머리가 깨질 듯이 죽을 뻔 했는데 눈도 잘 안보이네요”
-17일 오후 11시 30분 “목쪽으로 통증이 내려오네요”
-18일 오전 6시 41분 “어제 혈압이 한번 오른 뒤로 떨어지지도 않고 목뒤가 뻣뻣해 가지고 10분도 못 누워있겠어요. 어제 밤에 한숨도 못 잤어요. 어제 혈압이 오르고 그랬으면 응급실에서라도 봐주시든지 그래야지, 주사를 잘못 주든 어쨌든 간에”
-19일 오전 6시 53분 “앞하고 뒷머리가 아픈 거 말고는 불편한 거 없어요. 자다가 깼어요. 가만히 누워있으면 머리가 아파서”
법원의 신경외과 영역 회신서에 따르면 피해자가 17일 오후 10시 경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고, 깨질 듯이 죽을 뻔했다고 간호기록지상 기록되어 있는 것에 비춰 신경외과적으로는 지주막하출혈 환자 또는 이전의 경고징후를 의심할 수 있어 뇌 CT 촬영을 하는 것이 타당했다.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고혈압의 병력이 없던 환자에게도 뇌압이 상승해 뇌에 혈류를 보내기 위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피해자는 입원 당시 혈압이 110/60으로 정상범위 안이었지만 17일 오후 10시 7분 경 220/120까지 상승했다.
혈압강하제 투여 이후에도 혈압이 140/80이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평상시 혈압보다 높았다.
의료진은 피해자를 급성신부전증, 급성위장관염 등으로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기는 했다.
그러나 17일 주간에 실시한 복부초음파검사에서 신장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한 두통과 목의 통증, 협압 상승 등을 호소한 17일 오후 11시 30분에는 지주막하출혈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
또 이를 확진하기 위해 뇌 CT 검사를 실시해 출혈 여부를 확인하거나 신경외과 협진을 의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
3.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지주막하출혈의 경우 수술시기가 지연될수록 재출혈로 사망하는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임상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수술결과가 좋지 않으며, 수술시기를 앞당기고 재출혈을 예방하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는 등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19일 오후 6시 39분경 이후에야 뇌 CT검사를 시행했다.
또 피해자가 대학병원으로 전원 될 당시 피해자는 이미 의식을 상실하고 사지강직 증상을 보이며 뇌 출혈량이 많은 상태로 그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뇌 CT 촬영 지연 또는 신경외과 협진 요청 지연 과실이 작용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피고인을 벌금 500만원에 처한다. 글 번호: 1198번
2021.05.27 - [안기자 의료판례] - 뇌동맥류 수술후 뇌경색으로 편마비, 구음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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