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의 관계
피고인 A는 H병원 산부인과 의사이자 전공의들을 지도 감독하는 지도교수이다. 피고인 B는 같은 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자 전공의들을 지도 감독하는 지도교수이다.
C는 산부인과 3년차 전공의, D는 같은 병원 부속 여성병원 진료부원장, F는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이다.
신생아 낙상사고 발생
피고인 A는 오전 8시 38분 경 병원 내 여성병원 수술실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하면서 출산한 신생아를 전공의 C에게 전달했다.
C는 아기를 안고 수술실 안에 있는 신생아 처치대로 이동하던 중 앞으로 넘어지면서 신생아이자 미숙아였던 아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사고로 아기에게 두정골 골절, 경막외 출혈, 두혈종 등을 입게 해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오후 2시 51분 경 뇌내 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A(산부인과 의사), B(소청과 의사)와 F(소청과 전공의), D(진료부원장)의 증거인멸 공동범행
여성병원 진료부원장이던 D는 오전 9시 경 위와 같은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자 아기가 수술실에서 떨어져 두정골 골절과 경막외 출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기 보호자가 알 수 없도록 속이기로 마음먹었다.
그에 따라 피고인 B(소아청소년과 의사)와 F(같은 과 전공의)는 같은 날 오후 4시 6분 경 아기의 퇴원요약지를 작성하면서 기존에 임시저장 상태에서 기재했던 아기의 뇌초음파 검사 사실 및 그 결과를 모두 삭제했다.
또 같은 날 오후 4시 9분 경 아기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최초 뇌내 출혈이라고 기재한 사망원인을 삭제하고 ‘미상 부위의 다량 출혈’이라는 사인만 기재했다.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는 아기가 분만한 후 전공의 C가 이동 중 신생아를 떨어뜨린 사실을 수술기록에 기재하지 않았고, 오후 5시 22분 경 해당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결과지를 삭제하는 과정에 D(진료부원장)의 결재가 필요하다는 전산관계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러자 D에게 ‘지금 급하게 아기 영상 판독을 삭제해야 합니다. 부원장님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아기는 사망했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승인을 받아냈다.
피고인 B(소청과 의사)는 아기를 치료한 의사로서 의무기록을 보존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결과지가 삭제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오후 11시 8분 경 전공의 F에게 ‘사망한 환아 5시 이후 EMR 처리와 보호자 동태는 어떤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F는 의무기록 보존의무에 반해 아무런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아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결과 데이터 삭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 B(소청과 의사)와 F(소청과 전공의), D(진료부원장)는 공모해 OCS에서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 결과 데이터를 삭제하고, EMR에서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 결과 데이터를 삭제했다.
이를 통해 전공의 C의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인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 결과 데이터를 삭제하고, C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증거인 아기의 사체를 인멸했다(아기는 이틀 뒤 일반 장례절차를 거쳐 화장되었다).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와 C(산부인과 전공의)의 공동범행: 진료기록부 미기재 의료법 위반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갖추고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 A와 같은 과 전공의인 C는 C가 신생아를 신생아 처치대로 옮기던 중 바닥에 떨어뜨린 낙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제왕절개 수술기록에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이로써 이들은 공모해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C에 의해 발생한 아기 낙상사고 사항을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피고인 B와 전공의 F의 공동범행
가. 진료기록부 미기재에 의한 의료법 위반
이 사건 신생아를 치료한 의사인 B와 F는 오전 10시 44분 경 산부인과 전공의 C의 아기 낙상사고 직후 아기에 대한 뇌초음파검사가 시행되었고, 검사 결과를 전달받았다. 그럼에도 진료기록에 검사 시행 사실과 그 결과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이로써 이들은 공모해 아기에 대한 뇌초음파 검사 시행 사실 및 그 검사 결과를 진료기록부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
나. 변사체 신고의무 위반에 의한 의료법 위반
의사는 사체를 검안해 변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때에는 사체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피고인 B와 F는 아기가 오후 2시 51분 경 사망하자 퇴원요약지 초안에 아기의 뇌초음파 검사 결과를 포함해 작성하고, 사망진단서 초안에 아기의 뇌내 출혈을 사인으로 기재했다.
이처럼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변사의 의심이 있었음에도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이로써 이들은 공모해 아기의 사체를 검안해 변사한 것으로 의심됨에도 소재지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다. 허위진단서 작성 및 허위작성 진단서 행사
피고인 B(소청과 의사)는 F(소청과 전공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 초안의 직접 사인란을 ‘정확한 원인질환이나 부위를 알 수 없는 대량출혈’으로, 그 밖의 신체상황 란을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표시해 낙상사고에 의한 두정골 골절, 경막외 출혈, 두혈종 등은 사망진단서에 전혀 기재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로써 이들은 공모해 아기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아기의 보호자에게 발급해 이를 행사했다.
변사체 검시 방해
이들은 법의학적 관점에서 변사의 의심이 있었음에도 아기의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사망한 것으로 기재하고, 그에 따라 아기의 사체가 일반 장례절차를 통해 화장되게 하였다.
이로써 이들은 공모해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를 병사 처리함으로써 검시를 방해했다.
전공의인 피고인 C의 업무상과실치사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 A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서 출산한 이 사건 아기를 산모의 뱃속에서 꺼내어 수술을 보조하던 전공의 피고인 C에게 전달하였다.
당시 아기는 출산 직후의 미숙아로 양수와 혈액이 묻어있는 상태였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안고 안정된 자세로 걸어가 신생아 처치대까지 안전하게 옮겨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C는 안정되지 않은 자세로 걸어가다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바닥에 걸어지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고인들의 주장
가.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
“피고인 B(소청과 의사), D(여성병원 진료부원장)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하지 않았고, C(산부인과 전공의)는 아기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아기를 안은 채 넘어져 이를 진료기록부에 기재할 의무가 없었다.”
나. 피고인 B(소아청소년과 의사)
“피고인 A, D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하지 않았고, 허위진단서 작성, 허위진단서 행사, 변사체 신고의무위반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은 전공의 C가 아기를 안은 채 넘어진 사실과 위 아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그런 인과관계가 없다.”
다. 피고인 C(산부인과 전공의)
“아기를 안은 채 넘어진 사실과 아기의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없다. 또 아기를 안은 채 넘어진 사실은 산모의 수술기록 등 진료기록부에 기재할 의무가 없다.”
라. 피고인 D(진료부원장)
“증거인멸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A, B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C가 아기를 안고 가다가 넘어진 행위와 아기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피고인 C는 아기를 안고 걸어가다가 ‘악’ 소리를 내며 넘어졌고, 이를 목격한 간호사들은 당시 ‘쿵’, ‘꽈당’ 소리와 함께 피고인 C가 넘어져 바닥에 엎어졌고, 아기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진술하고 있다.
아기가 바닥에 떨어진 후 뇌초음파 촬영을 했는데, 그 결과 두정골 골절, 경막외 출혈 등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 C는 아기를 안고 가다가 넘어져 아기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아기에게 두정골 골절, 경막외 출혈 등을 입게 했으며, 그것과 아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 B(소아청소년과 의사), D(진료부원장)가 증거인멸을 공모했는지 여부
영상의학과 의사인 J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 30분 경 아기에 대한 뇌초음파 촬영을 했다.
J는 그 무렵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F를 비롯해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던 전공의들에게 촬영 결과 아기에게 두정골 골절, 경막외 출혈 등의 증상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피고인 B(소아청소년과 의사)는 F로부터 뇌초음파 촬영 결과를 전해들었고, 당일 오후 1시 30분 경 피고인 A에게 전화해 뇌초음파 촬영결과를 말해주었다.
J는 당일 오후 3시 2분, 3시 5분 경 뇌초음파 촬영 결과를 영상전달시스템에 입력했다.
피고인 B는 당일 오후 4시 6분 경 F에게 아기의 퇴원요약지에 기재되어 있던 ‘아기의 뇌초음파 촬영 사실 및 그 결과’를 삭제하도록 했다.
이어 오후 4시 7분 경에는 아기의 사망진단서 초안에 기재되어 있던 ‘뇌내 출혈’을 삭제하도록 하고, ‘정확한 원인 질환이나 부위를 알 수 없는 대량출혈’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표시하도록 했다.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는 당일 오후 5시 21분 경 피고인 D(진료부원장)에게 연락을 해 ‘지금 급하게 아기 영상 판독을 삭제해야 한다’ ‘부원장님 사인이 필요하다. 아기는 사망했음’ 등의 문자를 보낸 후 피고인 D와 통화했다.
피고인 D는 검찰에서 피고인 A와 통화 당시 위 영상 판독의 삭제를 승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 A, B, D가 공모해 피고인 C의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인 아기의 뇌초음파 영상 판독 결과 데이터를 삭제하고, 아기의 사체가 장례 절차를 통해 화장되게 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의 주문
피고인 A(산부인과 의사)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원, 피고인 B(소청과 의사)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원, 피고인 C(산부인과 전공의) 금고 1년 및 벌금 300만원, 2년 금고형 집행 유예, 피고인 D(진료부원장) 징역 2년. 글 번호: 283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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