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의 2015년 진료 내용
원고는 2015년 8월 혼잣말, 불면, 이상행동 등의 정신병적 증상을 보여 G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G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은 정신병적 장애(psychotic disdoder)로 진단하고, 보호병동에 입원하도록 한 뒤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인 팔리페리돈(paliperidone) 등을 투약하고, 증상이 조절되자 퇴원하도록 했다.
2016년 조현병으로 재입원
원고는 2016년 8월 정신병적 증상이 재발해 G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 재입원해 조현병(Schizophrenia)으로 진단받았다.
원고는 기존 입원치료를 할 때 효과가 있었던 팔리페리돈 주사를 맞기 시작했는데 약 1개월 간격으로 100mg 또는 150mg 정도를 투약했다.
의료진은 팔리페리돈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다른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인 올란자핀(olanzapine)을 추가로 투약하고, 그 용량을 25mg까지 증량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의료진은 정형 항정신병 약물인 할로페리돌(haloperidol)을 추가했고, 17일 뒤에는 기분조절제를 추가로 처방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의료진은 5일 뒤부터 클로자핀(clozapine)을 추가로 처방했고, 원고의 상태가 개선되자 약 한 달 뒤 퇴원하도록 했다.
클로자핀
다른 항정신병 약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치료저항성 환자, 심한 추체외로 부작용으로 다른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 자살 위험이 큰 환자들 대상으로 투여하는 약물이다.
퇴원후 클로자핀 계속 처방
원고는 퇴원한 이후에도 계속 외래진료를 받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다시 입원하기도 했다.
원고는 상태 유지를 위해 클로자핀을 계속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처방 용량이 점차 증가되었다.
2017년 8월 재입원
원고는 2017년 8월 G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혼잣말을 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G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조현병과 정신병 진단 아래 다시 보호병동에 입원시켰다.
원고는 입원 다음 날 오한을 동반한 38도의 고열 증세를 보였고, 8월 10일 오전 8시 40분 경 ‘사람을 구하러 가야 돼요. 엄마를 구해야 해요. 잘못 했어요’ 등의 혼잣말을 했다.
이에 진정제인 할로페리돌 2.5mg, 아티반 2mg을 주사로 투여했다.
원고는 진정상태로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의료진이 오전 8시 41분 경 원고를 깨우고 식사를 권유했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오후 9시 6분 경에도 보호자와 함께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원고는 8월 11일 오전 2시 35분 경 깨어났고, 2시 45분 경 경구약을 투약했다.
원고 이상징후 발생과 심정지
그런데 오전 6시 30분 경 간호사가 활력징후를 측정했는데 당시 혈압은 110/60mgHg, 심박수는 116회/분, 체온은 37.8도, 산소포화도는 92%였다.
의사는 간호사로부터 원고의 활력징후 보고를 받고 혈액검사, X-ray 검사, 수액 등을 처방했는데 그 직후 원고의 안면과 사지에 이상징후가 나타났고, 맥박이 촉지되지 않았다.
이에 의료진은 제세동기를 작동했고,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앰부백 등의 조치를 취한 뒤 중환자실로 이송했다.
원고는 그 뒤 폐색전증으로 인한 심정지 후유증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사지마비 상태에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하고 있다.
원고 측의 손해배상소송 청구
그러자 원고 측은 클로자핀 등의 항정신병 약물의 경우 약물로 인한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중요함에도 혈전 방지나 예방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원고 측은 원고가 8월 11일 새벽경 하지 통증을 호소하고, 활력징후가 이상 신호를 보였는데, 폐색전증 징후를 보였음에도 적절한 진단 및 조치를 간과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원고 측은 클로자핀이 폐색전증과 심부정맥혈전증 확률을 높이는 약물이므로 이를 사용하기 전 원고의 보호자에게 혈전색전증의 위험성을 설명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가. 폐색전증 예방조치 미흡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의 몸무게가 2015년 8월 73kg에서 2017년 8월 84kg으로 증가했고, G병원 입원병동에서 압박스타킹을 착용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또 2017년 8월 10일 오전 9시부터 11일 오전 2시 35분까지 17시간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부동자세로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의료진이 원고의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된다.
G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운동요법, 압박스타킹 착용, 예방적 약물치료 등을 특별히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환청, 망상 등 현실 검증력이 손상된 상태에서 운동요법을 지속적으로 따르기는 힘든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압박스타킹 역시 자해, 타해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런 위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G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을 간과해 혈전 방지나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폐색전증 진단 누락 등 과실 여부
원고가 8월 11일 오전 6시 30분 경 의식수준이 떨어지고, 맥박수가 올라가는 등의 사정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이 폐색전증을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전부터 호흡기 증상이 있었으며 정맥혈전 및 폐색전증의 증상이 특이적이지 않으며, 클로자핀 복용중이라고 하더라도 발생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G병원 의료진이 8월 11일 오전 6시 30분 경 원고의 활력징후 등을 확인해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들에게 클로자핀의 부작용으로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의료진은 원고에 대해 팔리페리돈과 올란자핀 등을 투약하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불가피하게 클로자핀을 투약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런 결정은 의학적으로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원고들이 클로자핀 투약을 거부해 기존에 투약하던 약물을 계속 투약했다면 사실상 원고에게 유의미한 치료 효과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의료진이 원고들에게 폐색전증 등의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의료진이 발생 빈도가 낮은 폐색전증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는 보기 어렵다. 글 번호: 56464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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