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 시작
환자는 피고 병원에 내원해 사랑니를 뽑고 귀가했지만 다음날 발치 부분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다시 내원했다.
환자는 이틀 뒤 새벽까지도 지혈이 되지 않아 피고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혈액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백혈병이 의심되어 다음날부터 곧바로 1차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약 한달 뒤인 3월 26일 골수생검에서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 진단 아래 계속 1차 항암치료를 받았다.
3차 항암치료 중 고열 발생
환자는 4월 26일 다시 피고 병원에 다시 입원해 2차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환자는 6월 1일 3차 항암치료를 위해 다시 피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6월 14일 38도의 발열이 시작되어 매일 38~39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었다.
이에 혈액배양검사를 실시한 결과 6월 16일 칸디다균에 감염된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후 칸디다감염은 폐, 좌측 안구로까지 진행되었다.
기면상태에 이어 뇌출혈 소견 발견
환자는 호중구 수치가 0㎣으로 덜어져 양압 격리실에 수용되었고, 일주일 뒤 깊은 기면(deep drosy) 의식변화 상태로 발견되어 뇌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뇌출혈 소견이 발견되었다.
이에 뇌혈관조영술 및 뇌실외배액관 삽입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며칠 뒤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 뇌출혈로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환자의 유족인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백혈병 전문 의료진이 아니고 치료 경험이 부족했으며 치료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정을 설명하지 않아 적절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원고들은 환자가 급성 중증 전신감염상태로서 뇌압상승 이력, 지속된 혈소판 감소증, 뇌정맥혈전증 등으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두통, 오심, 구토 등의 뇌출혈 의심 증세에 시달렸음에도 검사를 시행해 보지 않아 뇌출혈이 그대로 진행되게 한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 병원의 주장
이에 대해 피고 병원 의료진은 혈액종양학에 대한 분과전문의 자격이 있으면 백혈병을 포함한 각종 암을 치료할 수 있으므로 모두 전문 의료진이고, 환자에 대한 치료계획과 전원 가능성과 필요성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으므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 의료진은 환자의 경우 고열을 동반하는 칸디다 파종성 전신감염증이 있어 뇌출혈의 선행원인이 되었고, 이런 상태에서 뇌출혈이 발생했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의 판결
가. 의료진의 치료 경험 부족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 치료 및 연구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환자를 치료하던 당시 백혈병 연구 실적이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의료진은 모두 혈액종양학 분과전문의로서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을 치료할 자격이 있고, 환자 및 그 보호자인 원고들에게 백혈병의 위험성 및 치료예후, 항암치료로 인한 불임가능성 등을 설명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또 스스로 백혈병에 대한 구체적인 진료 경험 및 횟수, 피고 병원의 인력 및 시설 수준 등을 자세히 설명해 환자가 다른 병원을 선택할 기회까지 보장해야 할 정도의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뇌출혈 예방 및 처치상 과실 여부
이 사건 감정의는 환자에게 혈소판 수치 저하에 따른 자발성 뇌출혈이 발생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감정의도 환자와 같은 유형의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의 경우 병의 특이성으로 인해 뇌출혈이 생기며, 백혈병 치료 중 혈소판 감소시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혈소판은 지혈을 담당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혈소판의 감소나 기능 이상시 지혈의 지연과 출혈 위험성이 증가한다.
환자와 같은 유형의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의 경우 대부분 이미 출혈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통상 혈소판 수혈기준을 강화해 50,000/㎣ 이하로 수치가 떨어지면 혈소판 수혈을 실시하게 된다.
한편 고열이 발생하면 체내에서 혈소판이 소모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감염에 의해 고열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수혈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더욱이 환자와 같은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 환자가 항암치료 도중 뇌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빈도는 3~12%로서 뇌출혈이 이미 주요한 사망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의료진으로서는 뇌출혈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이를 낮추기 위해 혈소판 수치를 더욱 엄격히 관리하는 등 더 높은 정도의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그런데 환자가 3차 항암치료를 위해 피고 병원에 입원한 당시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용한 혈소판 수혈기준은 표준 백혈병 치료시 기준인 20,000/㎣이었다.
더욱이 환자는 항문 농양이라는 감염 상태에 있었고, 14일 뒤 38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칸디다 패혈증이 확인되었으며 이런 고열 상태가 뇌출혈이 발생할 때까지 약 3주간 매일 지속되었다.
이와 같은 감염과 고열로 인해 체내의 혈소판이 소모되어 출혈의 위험이 더 증가하게 되므로 의료진은 혈소판 수혈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혈소판 수혈을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의료진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간헐적으로 혈소판 수혈을 시행했을 뿐 더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환자는 6월 11일 경 혈소판 수치가 48,000/㎣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같은 달 16일 경 두 개뇌압이 매우 상승되어 있었고, 6월 18일에는 뇌정맥혈전증이 진단되었다.
두개뇌압이 상승된 상태거나 뇌혈관에 혈전이 생긴 경우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발생하거나 뇌혈관이 파열되어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
그러므로 뇌출혈을 예방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무렵 환자에게 혈소판 수혈이 시행되지 않았다.
6월 19일부터 뇌출혈이 발생한 7월 3일까지 환자의 혈소판 수치는 11,000~46,000/㎣에 불과했다. 이는 의료진이 혈소판 수치나 뇌출혈 발생 위험성을 소홀히 다루어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으로서는 자발적 출혈 및 그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고 일단 뇌출혈이 발생하면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자에 대해서는 출혈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혈소판 수혈을 실시하고, 약물을 투여할 때에도 혈소판 감소현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출혈 가능성을 크게 증가시켰고, 그에 따라 뇌출혈이 발생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글 번호: 206849번
2019.01.22 - [안기자 의료판례] - 급성골수성백혈병 검사를 위한 폐침생검을 하다 호흡곤란 초래
'안기자 의료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사, 침 치료 과정 기흉 발생 사건들 (2) | 2021.12.14 |
---|---|
팔 골절 수술 잘못해 불유합, 장무지 힘줄 파열 (2) | 2021.12.13 |
심폐소생술 후 다발성 골절, 흉부 타박상 (2) | 2021.12.10 |
항정약 클로자핀 부작용 사건 (0) | 2021.12.09 |
라식수술 후 안구건조증 부작용…미성년자 법정대리인 서명 필수 (0) | 2021.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