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피고인
피고인은 A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피고인은 사건 당일 오후 1시 50분 경 위 병실에서 오른손 소지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난 후 병동으로 돌아온 피해자 박모 씨에게 주사약을 투여했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처방된 약물인 출혈억제제 ‘모틴’이 아닌 근이완제 ‘베카론’을 투여해 같은 날 오후 1시 53분 경 피해자로 하여금 심정지 증상을 일으키게 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결국 피고인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다.
검사의 주장
검찰은 피고인의 너스카트 폐합성통에서 사용된 베카론 병이 발견되었고, 피해자에게 처방된 모틴과 베카론의 병 모양이 상당 부분 유사하며, 베카론의 효능과 투약 후 증상, 피해자의 증상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마취과 분야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베카론 병이 일반 병동 폐합성통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오투약 과실로 베카론을 피해자에게 주입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주장
이에 대해 피고인은 피고인의 너스카트 폐합성통에서 사용된 베카론 병이 발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베카론을 잘못 투약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법원의 판단
가. 사고 발생 당시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피해자의 누나이자 병원 간호사였던 박모 씨였다.
박 씨는 법정에서 “오후 2시 30분 경 점심을 먹고 병실에 들어갔는데 동생이 심정지 상태로 누워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바로 심폐소생술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병원 마취과 의사인 손모 씨는 법정에서 “병동에서 심정지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고 바로 병동으로 갔는데 당시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이 시행되고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 기도삽관이 필요한 때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근이완제가 필요하다. 당시 피해자에게 근이완제를 주지 않았는데도 무리 없이 기도삽관이 이루어졌다. 아마 당시 근이완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다.
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 상 사인 소견
국과수는 ‘골절 수술후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 및 다장기 부전증으로 판단되 며, 저산소성 뇌손상의 원인으로서 근육이완제인 베카론 투약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소견을 피력했다.
다. 피해자의 주치의 윤모 씨의 진술
의사인 윤모 씨는 피해자를 수술한 뒤 피해자에게 약물을 처방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베카론을 오투약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은 그 이유로 피고인의 너스카트 폐합성통에서 베카론 빈 바이알이 발견되었고, 간호일지 상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약물을 투약한 직후 피해자가 베카론 오투약을 했을 때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점을 제시했다.
아울러 윤모 씨는 베카론과 처방전 상 기재된 모틴의 병 모양이 유사해 투약할 때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베카론을 오투약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라. 피고인의 피해자 관련 간호기록지 허위 기재 가능성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약물을 투약할 무렵 간호기록지의 주된 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같은 간호기록지에는 주사 투약 후 5분의 시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대화를 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병실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3분 42초가량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있었던 병실에는 피해자 외에도 김모 환자가 있었고, 당시 피고인은 김모 씨에게도 혈압을 재는 등의 처치를 했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처치 시간은 3분 42초보다 짧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모 씨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병실에 머물렀던 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주사 이후 피해자와 정상적인 대화를 하였기 때문에 제가 뭔가를 잘못하여 환자가 이상증세를 나타냈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병원 적정진료관리본부장 김모 씨는 “베카론 오투약에 따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주사 처방에 있었던 모틴 성분인 파모티딘이 최근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 사례들이 있어 이에 대한 약물이상 반응을 검토하여 보았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이런 사정 등에 비춰 보았을 때 피고인과 병원은 베카론 오투약으로 인한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호기록지에 허위의 사정을 기재했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 보인다.
마. 소결론
이 같은 피해자의 수술 경과, 수술 전 피해자의 건강상태, 수술 후 별다른 이상 없이 회복하고 회복실을 나갔을 것으로 보이는 점, 회복실을 나간 후 입원실에서도 피해자의 건강상태에 별다른 이상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생이 공소사실과는 다른 원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쉽게 가정하기 어렵다.
바. 양형의 이유(금고 1년에 집행정지 2년)
피고인은 병동 간호사로서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잘 살피고, 처방전에 따른 약물을 환자에게 정확히 투약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 자이다.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투약할 약물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투약해 피해자로 하여금 짧은 시간 안에 심정지가 발생하게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한 결과를 가져와 피고인의 과실은 매우 중하다. 글 번호:7560번
'안기자 의료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내막염, 폐동맥판막 치환술 의료과실 (0) | 2022.04.19 |
---|---|
신동맥협착 고혈압 초래 사건 (0) | 2022.04.17 |
폐 결핵종 수술 중 지혈 과실로 대량 출혈 (2) | 2022.04.14 |
수술후 의식회복 안된 환자 산소마스크 제거해 뇌손상 초래한 마취의 (0) | 2022.04.13 |
본인부담금 할인, 면제한 병원장 무죄 (8) | 2022.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