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억제대 사용후 폐색전증 발생 사건의 쟁점
이번 사건은 치매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10여일간 연속으로 신체 억제대를 사용한 후 폐색전증으로 사망한 사안이다.
사건의 쟁점은 치매환자에게 신체 억제대를 사용한 의료기관이 강박 과정에서 정기적인 활력징후 확인, 혈액순환 확인 등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seclusion and restraint) 지침 주요내용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된 가운데 제한적인 범위에서 격리 혹은 강박을 하도록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다음은 격리 및 강박 지침 주요 내용이다.
(1) 적용 대상은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 △치료 프로그램이나 병실 환경을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환자 △환자의 동의 아래 행동요법의 일환의 사용 △환자가 받은 과도한 자극을 줄여줄 필요가 있을 때 △환자가 스스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 격리 또는 강박을 요구할 때 등이다.
(2) 적용시 원칙
-주치의 또는 당직의사의 지시에 따라 시행하고 해제해야 한다.
-격리 또는 강박 시행 전후 그 이유를 환자 또는 보호자나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
-치료진이나 병동 편의 및 처벌을 목적으로 격리나 강박을 할 수 없다.
-격리 또는 강박 후 간호사는 자주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간호일지에 강박 또는 격리 이유, 당시 환자 상태, 방법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환자에게 이상이 있으면 즉시 주치의 또는 당직의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강박조치한 후 1시간마다 Vital sign(호흡, 혈압, 맥박)을 점검하고, 최소 2시간마다 팔다리를 움직여 주어야 한다.
-수시로 혈액순환, 심한 발한을 확인해 자세변동을 시행하며, 대소변을 보게 하고 적절하게 음료수를 공급해야 한다.
치매환자 신체억제대 사용후 사망 사건의 개요
치매 진단 아래 피고 병원 입원
환자는 치매 진단을 받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자 간병과 요양 목적으로 피고 병원에 7월 17일 입원했다.
입원 당일 신체 억제대 사용 동의서 서명
환자가 입원한 날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노인병동 입원환자는 질환의 특성상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의 손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치료를 위한 장치들을 스스로 제거하거나 손상시키는 경우도 있어 최소한의 신체억제대 사용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그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고, 사용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억제대 사용 동의서에 서명했다.
8일간 2~4점의 신체억제대 사용
8월 3~10일까지 간호사실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따르면 피고 병원은 이 기간 환자에게 2점(양 손목)에서 4점(양손, 발목) 방식으로 끈을 침상에 묶어 계속해 신체 억제대를 사용하면서 1일 1회 정도 보호자가 내원할 때 강박을 해제했다.
환자는 8월 10일 오전 4시 50분 경 호흡곤란, 저산소증, 정신 혼미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이 산소 투여 등의 조치를 했지만 전신 청색증, 고혈압, 저체온, 의식소실 증상이 나타났다.
폐색전증에 따라 항혈전제 투여했지만 사망
이에 의료진은 환자를 K병원으로 전원 조치했고, K병원은 8월 12일 검사 결과 환자에게 폐색전증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항혈전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환자는 뇌출혈을 발생시키는 항혈전제의 부작용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원고들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그러자 환자의 보호자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위반해 주치의의 처방 없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나 만연히 신체억제대를 사용해 폐색전증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피고 병원의 주장
반면 피고 병원은 환자의 치매 증세로 인해 신체 억제대 사용이 필요 불가결했고, 한시적, 부분적 강박을 시행했을 뿐이어서 신체 억제대 사용상 주의의무를 다했을 뿐만 아니라 억제대와 폐색전증 발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 병원은 일반 병원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지침’을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법원의 판단
이처럼 환자의 사망에 대해 원고 측과 피고 병원간 입장이 상반된 가운데 법원은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폐색전증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판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가. 신체 억제대 사용 주의의무 위반
(1) 피고 병원이 신체억제대 사용의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환자에게 적용했다고 보이지 않고, 주치의의 통제나 관리감독에 따라 적용한 것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
여기에다 피고 병원은 억제대 사용 내역을 기록하지 않았고, CCTV 영상 이외에는 환자에게 얼마 동안 어떤 방법으로 신체억제대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
(2) CCTV 영상을 보더라도 억제대 사용 기간이 짧지 않고, 그 과정에서 환자에게 혈전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게 하거나 자세를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3) 반면 환자의 가족이 억제대 해제를 요구할 때 비로소 강박이 해제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억제대 사용이 필요 최소한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추측하게 하는 정황이다.
(4) 오래 움직이지 않고 침상생활을 하거나 강박 치료로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혈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환자는 입원 전 뇌출혈 경력이 있었을 뿐 폐색전증 등 혈전 관련 질환이 없었고, 신체 억제대 사용 외에 폐색전증 발생의 요인이 되었다고 추정할 자료가 없다.
나. 피고 병원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 병원은 환자에 대해 억제대 사용 외에도 활동 억제를 위해 약물 치료를 병행했고, 이에 따라 환자의 활동이 둔화되었음에도 특별한 기준이나 통제, 기록 없이 신체 억제대를 사용했다.
(2) 피고 병원 CCTV 영상에 따르면 억제대 사용 중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환자의 자세 변경을 시행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신체 전부가 고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이 통상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3) 피고 병원의 주장대로 피고 병원이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지침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수범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 지침의 원칙은 피고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 결론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이 신체 억제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이로 인해 환자에게 폐색전증이 발현되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글 번호: 67292번
2021.09.16 - [안기자 의료판례] - 조현병환자 격리, 강박 지침 위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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