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곤란증(태아가사) 상황 의사의 주의의무
일반적으로 태아의 심박동수가 분당 30~40회 정도로 감소하면 저산소증으로 인한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다. 태아곤란증은 저산소증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말한다.
의료진은 태아에게 가사 상황이 발생하면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산소 공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그럼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해 태아를 조기에 만출 시켜야 한다.
아래의 사례는 출산 과정에서 태아에게 태아가사 의심증상이 발생했음에도 질식분만을 한 결과 신생아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사안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세밀한 경과관찰,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조치, 충실한 설명과 같은 주의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상황 1, 질식분만 시행 결정
A는 L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고,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았는데 기형아검사 등에서 특별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임신 36주 째 산전 진찰에서 탯줄이 태아의 목을 2회 감고 있는 경부 제대륜(nuchal cord)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임신 39주 째에는 경부 제대륜이 1회로 풀려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질식분만(자연분만)하기로 했다.
경부 제대륜의 대부분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태아심박동수 감소, 자궁동맥의 산혈증, 심하면 태아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료진으로서는 산모인 A와 그 남편에게 분만 시작 전에 경부 제대륜으로 인해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상황 2, 태아심박동수 불안정
A는 임신 40주 째 분만진통이 발생해 6월 27일 오후 10시 30분 L병원에 입원해 산부인과 당직의사의 내진을 받았다.
A는 다음 날인 28일 오전 1시 25분까지 비수축검사를 받았는데 태아심박동수가 감소와 회복을 반복했다.
특히 0시 40분경과 0시 56분경에는 일시적으로 태아심박동수가 100 미만으로 감소했다.
태아심박동수가 2시 45분 120으로, 2시 55분 경 65~70으로 감소하자 의료진은 산소를 공급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의료진으로서는 태아심박동수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했어야 한다.
또 자궁수축호르몬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한 뒤에는 진통 1기에는 최소 15분 간격, 진통 2기에는 최소 5분 간격으로 태아심박동수를 확인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병원 간호사는 오전 2시부터 옥시토신을 투여한 뒤 2시 55분까지 비수축검사를 따로 시행하지 않았고, 3시 15분까지 총 5회만 태아심박동수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태아심박동수가 주로 60 근처에 머물렀다면 태아곤란증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의료진은 산모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조치만 취했을 뿐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하거나 산모의 체위를 측와위로 변경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응급 제왕절개술 실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진료도 하지 않은 채 질식분만을 유도하기만 했다.
분만 과정에서 태아곤란증 발생이 의심되면 의료진은 산모와 산모의 남편에게 질식분만 외에 제왕절개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만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상황 3, 의사의 내진
2시 59분부터 3시 10분까지 몇 차례 일시적으로 120 정도를 회복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간 동안 60대를 유지하다가 3시 10분이 넘어서야 서서히 120 이상으로 회복되었다.
이처럼 태아심박동수가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당직의사는 3시경에서야 병실을 방문해 산모를 내진했다.
당시 병원 간호기록지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2시 5분경 당직의사에게 산모의 분만 진행 상태를 처음 보고한 후 2시 55분경 다시 보고했고, 당직의사는 3시 회진하면서 내진했다.
이처럼 태아심박동수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병원 당직의사는 산모의 상태에 대해 정확한 보고를 받고 잘 파악하고 있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산모에 대해 적절한 지시를 하지도 못했다.
상황 4, 신생아 가사 발생
당직의사는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3시 경 내진을 했고, 산모는 3시 10분 경 분만실로 옮겨진 후 3시 21분 신생아인 B를 출산했다.
신생아 B는 출생 당시 심박동 100회 이하, 호흡 없음, 근이완, 사지 청색증으로 1분 아프가 점수가 3점, 5분 아프가 점수가 6점으로 가사상태였다.
의료진은 즉시 산소 공급과 앰부배깅을 실시했지만 산소포화도는 3시 29분 78~80%에 불과했다. 이에 의료진은 3시 50분 기관내 삽관을 실시했고, 그 뒤 산소포화도가 97%로 회복되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으로 유지되면 즉시 기관내 삽관을 해야 하지만 의료진은 출생후 약 30분이 지난 뒤에서야 기관내 삽관을 실시했고, 그 후에야 97%로 회복 되었다.
이처럼 기관내 삽관 후 산소포화도가 97%로 회복된 것으로 보면 산소 공급 및 앰부배깅보다 기관내 삽관이 신생아의 산소포화도를 회복하는 데 훨씬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황 5, 신생아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신생아 B는 4시 15분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지만 호전되지 못하고,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경직성 사지마비 진단을 받아 인지기능저하, 사지마비, 운동발달 지연 등이 남게 되었다.
A측 손해배상청구소송 청구
그러자 A는 L병원 의료진이 출산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관내 삽관 지연, 설명의무 위반 등이 있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원고 승소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L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우선 법원은 “태아곤란증이 의심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즉각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L병원 의료진이 신생아에게 기관내 삽관을 지연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악화시킨 과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산모와 산모의 남편이 분만 과정에서 의료진으로부터 태아곤란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면 의심 소견을 보일 당시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이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 번호: 21513번
2022.06.28 - [안기자 의료판례] - 심장박동수 확인 안해 태아곤란증으로 신생아 뇌성마비, 사지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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