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사고 예방하지 못한 과실

의료기관의 미끄럼 사고예방 주의의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대표자는 환자가 간이침대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바닥의 물기로 인해 넘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만약 의료기관이 이런 미끄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환자에게 사고가 발생했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아래 사안은 허리 압박골절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환자가 바닥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져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뒤 경막하 혈종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한 사안이다.

K씨는 요추(허리) 압박골절 치료 후 허리 통증이 지속되자 H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H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 여 뒤 오전 9시 47분 슬리퍼를 신은 채 병원 4층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가다 J가 물걸레 청소 후 대리석 재질의 바닥에 남겨진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로 인해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J는 H병원과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N사 소속의 계약직 일용근로자이다.

환자는 이 사고 직후 혼자 몸을 일으켜 앉은 다음 간호사와 의료진 등의 문진에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별다른 이상증상 없이 병원비 수납, 흡연, 물리치료 등의 일상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같은 날 12시 20분 경 및 12시 31분 경 수간호사를 찾아가 눈과 머리 부위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오후 1시 수간호사의 콜을 받고 환자의 상태를 살핀 다음 머리 부위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K병원으로 전원 결정을 내렸다.

G는 K병원에서 CT 검사를 한 결과 우측 경막하 혈종으로 확인되어 M병원으로 전원되어 전신마취 아래 두개골 절제술을 받았지만 10일 뒤 후두부 지면전도에 의한 고도의 두부손상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일용근로자인 J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자 G의 유가족들은 “H병원은 신체적 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미끄러짐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유가족들은 H병원이 사고후 전원 지체, 설명의무 위반, 안전배려의무 위반 등의 잘못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H병원에 일부 과실이 있다며 유가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음은 판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법원은 “H병원 병원장으로서는 물걸레 청소 주변 안전표지 설치, 청소 후 물기의 완벽한 제거 등의 조치를 취해 신체적 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의 미끄러짐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H병원의 이행보조자인 J가 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미끄러짐 사고가 발생한 만큼 J의 과실은 H병원의 과실에 해당하는 만큼 병원은 유가족들에게 이번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유가족들은 H병원이 사고 후 전원을 지체했고, 설명의무를 위반했으며,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 등의 잘못도 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환자로서도 갖은 실족으로 수회에 걸쳐 척추 등 여러 부위의 골절을 경험하고서도 슬리퍼는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하니 편안하고 굽이 낮은 흰 실내화를 신으라는 낙상예방교육을 무시해 사고를 당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환자가 특정약을 장기복용하면서 지혈이 어려웠던 신체조건과 전원 후 수술이 지연된 점의 사정을 감안하면 H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글 번호: 309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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