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두통, 구토 후 뇌출혈…의사 과실 판단기준

집에서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발생해 병원 응급실에서 뇌출혈을 확인하고, 혈종제거수술을 했지만 환자가 의식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수술하고, 경과 관찰하는 의료진에게는 어떤 책무가 부여되고, 의료적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정리했다.

 

뇌출혈 발생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책무

(1) 환자 증상에 대한 신속한 원인 규명 책무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두통, 구토 등을 호소할 경우 의료진은 뇌CT혈관조영술 등을 실시해 뇌출혈 여부를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2) 경과관찰 의무

의료진은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 이상증상이 발견되면 산소투여, 기관삽관, 기계호흡기 부착, 혈압강하제 투여 등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3) 뇌출혈에 대한 신속한 수술 의무

의료진은 환자의 뇌출혈 정도, 뇌부종 여부, 의식 상태 등을 종합해 개두술을 시행할지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고, 수술 준비 및 시행을 지체해선 안된다.

 

(4) 설명의무

의료진은 수술에 앞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 수술방법, 수술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아래 예시는 갑작스러운 두통에 이어 구토 등이 발생해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두 개술 및 혈종제거수술을 했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안이다.

 

 

뇌출혈 수술 후 의식불명 사례

A는 1월 18일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도중 용종이 발견되자 D병원 의료진은 용종을 제거했다. 그리고 경과관찰을 위해 하루 동안 입원하도록 한 뒤 다음 날 A가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자 퇴원 조치했다.

 

A는 19일 집에 도착해 머무르다가 오후 3시 경부터 간헐적인 두통이 발생했다. 그런데 오후 7시 30분 경 갑자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구급차를 타고 두통, 구토 및 의식변화 등의 증상으로 오후 8시 D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오후 8시 14분 뇌 CT혈관조영술(CT Brain Angio)을 시행했고, 그 결과 다량의 뇌출혈 및 뇌부종, 심한 뇌압상승에 의한 정중선 편위 및 뇌 탈출증을 확인했다.

 

이에 의료진은 19일 오후 9시 2분 수술 준비를 마친 다음 응급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한 뒤 환자를 중환자실에 입원하도록 했다.

 

의료진은 수술 후 경과관찰을 위해 뇌 CT 검사를 시행하고 신경학적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였는데 수술 이틀 뒤인 21일 뇌 CT 검사에서 뇌실 확장 소견이 발견되자 뇌실외 배액관 삽입술 및 뇌실-복강간 단락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이후 뇌 CT 검사에서 뇌수두증이 호전되고 뇌실내출혈이 소실되며 뇌출혈이 일부 해소되는 소견을 보이긴 했지만 의식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D병원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그러자 A의 보호자들은 D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보호자들은 1월 19일 오후 8시 경 D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산소포화도가 95%로 저하되어 있어서 즉시 기관삽관을 시행했어야 함에도 오후 8시 27분경까지 지체해 저산소증에 따른 산소포화도 저하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호자들은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심각한 고혈압이 확인되었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혈압강하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뇌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즉시 뇌압을 낮추기 위해 만니톨을 투여하고, 뇌실액 배액술을 시행했어야 함에도 지체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호자들은 환자의 상태가 긴박하더라도 수술에 앞서 환자의 가족과 보호자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뇌출혈 수술 후 의식불명 사건의 쟁점

(1)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산소포화도가 저하됨에 따라 즉시 기관삽관을 실시했어야 하는지 여부.

 

(2) 적절한 시점에 혈압강하제를 투여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

 

(3) 뇌압을 낮추는 만니톨 투여를 지연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4)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응급 뇌실액 배액술을 실시하지 않은 게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

 

(5) 설명의무 위반 여부.

 

법원의 판단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D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은 법원의 판단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1) 기관삽관 과정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낮으면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저산소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산소포화도 정상범위는 95~100% 이며, 심한 저산소증은 91~90%,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저산소 상태는 80% 이하이다.

 

이 사건에서 보면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자 D병원 의료진은 산소 공급, 기관삽관, 기계호흡기 부착 등의 처치를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산소포화도가 95%였는데 이는 정상범위에 해당하고, 산소를 공급하고 있었으므로 그 즉시 기관삽관을 실시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 22분 의식이 저하되면서 산소포화도가 90%로 저하되었지만 이 역시 심각한 저산소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후 8시 27분 경 기관삽관을 시행한 후 산소포화도가 다시 98%로 증가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의료진에게 기관삽관을 지체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혈압강하제 투여 관련

의료진은 환자가 두통, 구토, 의식변화를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에 대해 증상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뇌CT혈관조영술을 시행한 뒤 오후 8시 22분 혈압을 다시 측정한 결과 220/110으로 나오자 혈압강하제 페르디핀을 투여했다.

 

의료진은 이후에도 혈압 상승이 지속되자 위 약물을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3) 만니톨 투여 지연 여부

의료진은 A가 응급실에 내원하자 증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뇌CT혈관조영술, 기관삽관 등의 조치를 하고, 뇌압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오후 10시 15분 만니톨을 투여했다.

 

따라서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오후 8시 경 즉시 만니톨을 투여하지 않은데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뇌실액 배액술 관련

뇌실액 배액술은 뇌실에 뇌척수액이 고여 뇌압을 높이면 시행할 수 있다. 반면 개두술은 경막하 출혈이나 뇌의 압력이 매우 높거나, 뇌의 부종이 심해질 것으로 판단해 편도탈출이 예상될 때, 무엇보다도 의식이 나쁠 때 시행하는 응급수술이다.

 

의료진은 당시 환자의 의식상태, 뇌CT혈관조영술 결과 혈종으로 인해 배액이 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뇌실질 출혈의 근본적인 치료법에 해당하는 개두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수술 과정에서 혈종제거를 마치고 배액관을 삽입하기도 했으며, 달리 수술 준비 및 시행이 지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20분 안에 응급으로 뇌실액 배액술을 실시하지 않은 것을 과실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5) 설명의무 관련

병원 신경외과 의사는 수술에 앞서 응급실에서 환자의 대리인인 E에게 수술의 목적과 효과, 과정 및 방법,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예상되는 문제점 및 합병증을 설명했다.

 

이에 E는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 동의서에 서명했고, 병원이 환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에게 서명하도록 한 이유로 ‘환자의 신체, 정신적 장애로 시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의료진은 수술에 앞서 환자의 대리인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글 번호: 548482번. 이 사건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2022.11.22 - [안기자 의료판례] - 만취자의 구토 등 뇌출혈 증상 간과한 의사의 과실

만취자의 구토 등 뇌출혈 증상 간과한 의사의 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