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기본법에 따르면 검진기관은 건강검진결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요인 등이 발견된 자에 대해 상담 또는 전문 의료기관의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의료기관이 건강검진 결과 간기능 검사 중 ALP 수치가 기준치를 크게 상회했음에도 이를 환자에게 통보하지 않았고, 건강검진 1년 뒤 급성심장사 했다면 의료기관이 검진 결과 이상소견을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래 사례는 건강검진에서 ALP 수치가 정상치의 5배 이상 높았지만 병원이 검진 결과지를 통보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1년 여 뒤 급성심장사 한 사안이다.
검진 결과 ALP 수치 기준치 상회 미통보
환자는 6월 16일 피고 병원에서 일반건강검진 및 특수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다.
일반건강검진 항목에는 계측검사, 요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가, 특수건강검진 항목에는 ALP(알칼리인산분해효소) 수치가 포함된 혈액질환검사, 간기능검사, 신장기능검사, 지질검사, 당뇨검사, 면역검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병원은 6월 18일 환자에게 건강검진결과를 통지했다. 그중 일반건강검진 항목에서는 이상소견이 없었고, 특수건강검진에서는 다른 간기능 검사항목은 모두 정상치의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ALP 수치가 정상치(96~254IU/L)를 크게 상회하는 1308IU/L이었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은 특수검진 종합소견에서 이에 관한 내용은 없이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필요성(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등이 관리 수준으로 불균형인 상태로, 저 지방-저 콜레스테롤 식이, 운동, 절주 등의 생활습관 관리 필요)만 기재하였다.
환자는 1년 뒤 잠을 자던 도중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해부학적으로 사인불명이지만 부갑상선에서 종양(14g, 2g)이 발견된 점과 혈액 칼슘농도가 17.2mg/dL로 높은 점으로 보아 부갑상선 호르몬 불균형 상태로 인한 급성심장사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피고 병원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그러자 환자의 유가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건강검진 결과 다른 간검사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ALP 수치가 정상치의 5배 이상 높아 간기능이 아니라 뼈와 관련된 질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환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추가 검사나 전문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피고 병원의 이런 과실로 인해 환자가 부갑상선 종양 등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해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급성심장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또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ALP 수치의 심각한 상승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아 환자가 본인의 상태와 해결방법에 대한 알 권리와 질병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모두 침해당했다”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피고 병원이 환자에게 ALP 수치 상승의 의미를 알려주지 않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법원 판결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가. 건강검진 결과 통지상 과실 여부
(1) 환자는 건강검진 결과 ALP 수치가 정상치의 5배가 넘었고, 다른 간기능검사 항목이 정상치 범위 안에 있어 간이나 담도계가 아닌 골질환(파제트병 도는 뼈 전이 일부 암) 등을 의심할 수 있었다.
(2) 피고 병원은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하면서 ALP 수치 자체에 관해서는 통보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사항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특수검진 종합소견에도 ALP 수치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필요성만 기재되어 있었다.
(3) 전문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로서는 피고 병원이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 한 골질환 등의 가능성을 인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은 환자에게 ALP 수치 상승이 의학적으로 갖는 의미를 알려주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나. 건강검진 결과 미통지와 사망과의 인과관계
(1) 피고 병원이 건강검진 결과 중 ALP 수치 상승에 관해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부검 결과 부갑상선 호르몬 불균형 상태로 인한 급성심장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2) 그러나 부검 결과에 따르더라도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특기할 질병을 발견하지 못해 해부학적으로 사인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환자에게 발견된 부갑상선 종양으로 인해 부갑상선 호르몬 불균형 상태가 생겨 급성심장사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건강검진 당시 환자는 ALP 수치가 정상치의 5배 이상이기는 했지만 다른 간기능 검사 항목, 신장기능 검사 항목은 모두 정상범위 안에 있었다.
이를 종합하면 피고 병원으로서는 환자에게 간질환이 아닌 골질환을 의심할 여지가 있기는 했지만 이를 근거로 당시 환자가 흔하지 않은 내분비 종양인 부갑상선 종양 및 이로 인한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발생한 상태였음에도 피고 병원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설명 환자의 사인이 부갑상선 호르몬 불균형 상태로 인한 급성심장사라고 가정하더라도 피고 병원이 건강검진 당시 환자가 그로부터 약 1년 뒤에 부갑상선 위기로 인해 급성심장사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5) 더군다나 환자는 건강검진일로부터 사망일까지 사이에 병원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고, 건강검진 당시에도 골질환이나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증상으로 볼 수 있는 어떠한 증상도 호소한 바 없었다.
(6)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의 건강검진 결과 통보 과정의 과실로 환자가 ALP 수치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1) 의사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한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 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2)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는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3) 이번 사건 건강검진 자체가 환자의 사망을 가져올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글 번호: 26324번. 건강검진 후 급성심장사 사건의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2022.09.27 - [안기자 의료판례] - 건강검진에서 폐암을 정상으로 진단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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