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파 간암 절제 수술과 집도의 주의의무
간암 수술을 하는 집도의는 수술 후 환자에게 부작용 내지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전 종양 인근의 장기, 신경, 혈관의 위치를 파악해 수술 과정에서 절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수술에 앞서 환자 또는 부득이한 경우 보호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수술 방법, 수술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환자 스스로 해당 의료행위를 받을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래 사례는 간암 진단 아래 고주파간암절제수술을 한 뒤 대량 출혈이 발생해 저혈량성 쇼크로 안타깝게도 사망한 사안이다.
사건의 쟁점은 환자에게 발생한 대량 출혈이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병증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집도의가 마땅히 준수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간암수술 후 대량 출혈 발생 사건
K는 간에서 1.9cm의 간암이 발견되어 고주파를 이용한 간암 절제수술을 받기 위해 E 병원에 입원했다.
E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P는 초음파 유도 아래 오른쪽 7번 갈비뼈와 8번 갈비뼈 사이로 전극을 찔러 복강 안으로 삽입한 후 간 실질에 있는 간 종양에 전극의 끝을 위치시켰다.
그다음 전극을 통해 고주파를 발생시켜 종양을 소작하는 고주파간암절제수술을 시행했다.
이때 영상의학과 의사는 혈관을 파열해 출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상의학과 의사로서는 7번 갈비뼈 아랫면을 따라 7번째 앞갈비 사이 동맥과 정맥이 흐르고 있으므로 전극을 찔러 삽입할 때 가능한 8번 갈비뼈의 윗면을 따라 전극을 밀착시켜 삽입해야 한다.
그리고 위 혈관들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전극을 복강 안으로 찔러 넣어 혈관이 파열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7번 갈비뼈 아랫면과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않고 전극을 찔러 넣는 바람에 환자의 7번째 앞갈비 사이 동맥과 정맥을 파열시켰다.
환자는 이 때문에 늑간동맥 손상으로 인한 대량 출혈로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환자 측 유가족들은 영상의학과 의사 P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고, 검사는 P를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영상의학과 의사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고주파간암절제수술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주파간암절제수술은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전극을 체내로 삽입해 고주파에 의해 발생하는 조직의 마찰열로 간에 있는 종양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수술에 의한 절제가 불가능한 원발성 또는 전이성 간암으로, 종양의 수가 4개 이하이고, 최대 직경이 5cm 미만이 경우 고주파절제수술을 한다.
고주파간암절제수술을 할 때에는 늑간동맥과 늑간정맥이 갈비뼈의 아래쪽 면을 따라 위치하고 있으므로 전극을 갈비뼈 사이로 삽입할 때 갈비뼈의 위쪽 면을 따라 삽입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의사의 과실 여부는 고주파간암절제수술 과정에서 천공을 초래한 동맥의 위치,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혈관 손상 가능성이 예측 가능했는지, 다른 요인으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었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환자 사망 후 부검 결과 7번 갈비뼈의 아래쪽 가장자리에 가까운 위치가 천공되어 7번 갈비뼈의 아래쪽 면에 위치한 늑간동맥이 천자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는 고주파절제술의 기본적인 주의사항에 위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환자의 늑간동맥은 보통의 경우처럼 갈비뼈 아래쪽 면에 위치하고 있어 영상의학과 의사로서는 환자의 늑간동맥의 위치에 대해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출혈을 일으킨 원인으로 직접적인 혈관 손상 외에도 괴사성 근막염이 발생해 인근 늑골동맥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환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손상은 천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며 천자 부위 주변 흉벽에서 괴사성 근막염의 소견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런 점을 종합해 영상의학과 의사가 고주파 간암 절제술 시술 과정에서 갈비뼈 아래
쪽 면에 위치한 늑간동맥의 천공의 피하기 위해 전극을 갈비뼈의 위쪽 면을 따라 삽입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의료진이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7번째 갈비뼈 아래쪽 면에 있는 늑간동맥을 직접 천자한 과실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을 뿐 시술의 일반적인 합병증에 의해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간암 절제 수술 후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발생한 대량 출혈이나 마비, 혼수 등의 부작용이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병증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의사가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서 발생한 것인지 잘 따진 뒤 대응 방법을 검토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글 번호:1020-10번. 간암수술 후 환자 사망 사건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위 글이 도움이 되셨거나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글 아래 ‘구독하기’와 ‘공감’을 눌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3.04.10 - [안기자 의료판례] - 간 조직검사 생검 검체 잘못 채취해 간암 오진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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