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감정서와 사망진단서 상 사인이 다르게 기재되었다면?
대법원은 의사 등이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당시 기재한 ‘사망 원인’이나 ‘사망의 종류’가 허위인지 여부 또는 의사 등이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당시까지 작성자가 진찰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 및 상태 변화, 시술, 수술 등 진료 경과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부검을 통하지 않고 사망의 의학적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부검 결과로써 확인된 최종적 사인이 이보다 앞선 시점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진단서의 기재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거나 작성자가 그런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래 사안은 만 6개월 영아가 골수검사 도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사건이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 교수와 전공의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사망의 종류를 ‘병사’라고 기재한 반면 영아의 사망 약 1개월 뒤 작성된 영아에 대한 부검감정서는 사인을 ‘의인성 손상’에 의한 혈복강으로 판정했다. 그러자 검사는 대학병원 교수와 전공의를 사망진단서 허위 작성 혐의로 기소했다.
허위 사망진단서 작성죄로 기소된 의사들
만 6개월 영아인 K는 2015년 10월 13일부터 발열 등의 증상이 있자 P 병원에 입원했고, 혈액검사에서 빈혈, 혈소판 감소증 진단이 나자 10월 20일 T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T 병원은 혈액 검사 결과 혈소판 감소뿐만 아니라 백혈구, 적혈구 등도 함께 감소되어 있는 범혈구 감소증 상태가 확인되었다.
그러자 K의 주치의인 소아청소년과 교수 A는 10월 21일 전공의 B에게 골수검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전공의 B는 골수채취 중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자 최면진정제와 전신마취제를 각각 다섯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투여했는데 그러던 중 K의 산소포화도가 75%로 떨어졌다.
B는 골수 채취를 중단한 다음 최면진정제 길항제인 플루마제닐을 투여하고, 기관 삽관과 앰부백을 이용한 수동 인공호흡 등의 조치를 통해 산소를 공급했지만 K는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B는 K가 범혈구감소증에 따른 파종성 혈관장애,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했고, 소아청소년과 교수 A와 상의한 뒤 진정제 부작용에 따른 호흡부전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에 B는 A의 지시에 따라 K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 사인을 범혈구감소증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11월 7일 작성된 K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K는 의인성(의사 행위의 결과로 발생하는 성질) 손상에 의한 혈복강으로 사망했고, 이는 골수 채취 중 골수채취 바늘이 장골을 관통해 총장골동맥을 파열시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자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소아청소년과 교수 A와 전공의 B를 허위진단서 작성,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했다.
검사는 K가 골수를 채취하는 검사를 받던 중 천자 침이 총장골동맥을 관통해 동맥이 파열됨에 따라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함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만약 당시 이런 사정을 몰랐다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했어야 함에도 A와 B가 공모해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해서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
가. 허위진단서 작성 관련
2심 법원은 허위진단서 작성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2심 법원은 “K의 사망 원인은 의인성 손상에 의한 혈복강으로 확인되었고, A와 B가 K의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A와 B가 당시 동맥 파열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범혈구감소증 진단이 이루어지기 전이었고, 시술 과정에서 사망했다면 지병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즉, K의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가 발간한 진단서 등 작성 및 교부 지침을 위반해 사망의 현상에 불과한 호흡 정지를 직접 사인으로,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는 범혈구감소증을 중간 선행 사인으로,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진실과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나. 업무상 과실치사 관련
2심 법원은 A, B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유죄를 인정한 허위진단서 작성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에 환송했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와 관련해서는 2심 판결과 같이 무죄를 그대로 유지했다.
가. 허위진단서 작성 관련
(1) K를 부검한 부검의나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의사는 A, B가 K에 대한 골수 채취 당시 동맥 파열로 출혈이 발생했다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2) 피고인인 A, B는 K가 골수검사를 위한 골수 채취 중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되고, 상태가 악화되자 진정제 투여 부작용에 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했다.
그 과정에서 영아가 사망에 이르게 되자 진정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으로 호흡 곤란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인식하고,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호흡정지로 기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의사 등은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까지 드러난 환자의 임상 결과를 고려해 가장 부합하는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자신의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기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검 이전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부검으로 밝혀진 사망 원인과 다르다고 해서 의사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의 고의가 있다고 곧바로 추단할 수는 없다.
(4) 이런 점을 종합하면, 비록 전공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그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의사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에 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5) 그럼에도 2심 법원은 이 부분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고,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진단서 작성죄의 성립 및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업무상 과실치사죄 관련
2심 법원은 A, B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검사의 무죄 부분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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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 [안기자 의료판례] - 사망진단서 허위작성 의사들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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