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암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서 비급여 항암제를 투여하고, 보험금을 청구하자 해당 약제를 투여한 의료기관이 불법 비급여 진료비를 편취했다며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
이에 대해 법원은 해당 약제가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므로, 보험사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건: 채권자대위 청구
판결: 1심 원고 패
사건의 개요
원고 보험사는 E와 G를 피보험자로 하는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했고, 피고는 H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다.
이들이 맺은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특별약관에는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또는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90% 해당액과 비급여의 80% 해당액의 합계액을 보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고는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 신생물(폐암) 진단을 받은 G와 상악동의 악성 신생물(상악동암) 진단을 받은 E에게 비급여 주사제(이 사건 약제) 치료를 했다.
그리고 피고는 이들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지급받았고, 이들은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러자 원고 보험사는 피고 병원을 상대로 채권자대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실손의료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손해로 정한 ‘비급여’는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법정 비급여에 한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 약제는 식약처로부터 '간세포암 제거술 후 종양제거가 확인된 환자에게 보조요법'으로 허가 받은 간암보조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피고가 이 약제를 위 환자들에 대한 폐암 및 상악동암 치료제로 사용하고, 진료비를 받은 행위는 허가범위를 초과하는 치료이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제 비용은 법정 비급여가 아니라 병원에서 임의로 진료를 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소위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
피고는 간암 환자가 아닌 이들 각 피보험자에 대해 이 사건 약제를 사용한 진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진료비 합계 1억여원을 청구할 수 없는데 이를 지급받았다.
그러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그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했다고 할 것이어서 각 피보험자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법원의 판단
1. 이 사건 비급여 주사제가 임의비급여인지 여부
일정한 범위의 약제만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정하고, 법령에서 별도로 법정 비급여에 해당하는 약제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 대상에 등재된 약제 중에서는 요양급여기준규칙 등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임의 비급여’라는 개념을 상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요양급여 대상으로 등재되지 않은 약제에 대해서는 ‘임의 비급여’라는 개념을 상정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허가범위를 초과해 이 사건 비급여 약제를 사용한 것이 실손의료보험계약에서 정한 ‘보장되는 손해’인 ‘비급여’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약제는 요양급여대상이 아니라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1) 제3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이 사건 약제에 대해 2008년 2월 비급여로 평가했고, 원고는 그동안 각 피보험자에 대해 이 사건 약제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다가 이후 보험금 지급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약제 항목에 따라 요양급여 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해 고시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의 경우 법령상 이미 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재원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기하려는 건강보험법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건강보험법이 정한 비급여에서 제외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약제가 허가범위를 초과해 폐암과 상악동암 환자인 이 사건 피보험자에게 사용하더라도 위와 같은 진료행위가 치료행위의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이상 이는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사적자치에 맡겨진 영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약관에서도 원고 주장과 같은 사유를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지 않은 이상, 약관해석의 원칙상 ‘보상하는 손해’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4) 이 사건 약제는 최근 미국 FDA로부터 뇌종양, 췌장암 휘귀의약품 지정 승인을 받았다.
또 여러 의학연구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해 간암뿐만 아니라 폐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에서 항암효과가 규명되어 실제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암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5)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의약품을 허가사항 외로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의사는 자기의 지식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있다.
이 사건 각 피보험자는 항암치료가 필요했고, 이에 피고 담당 의사의 판단 아래 이 사건 약제를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이 사건 약제 비용은 건강보험법 상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비급여 부분으로서 질병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은 비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 특약에서 정한 ‘보상하는 손해’에 포함되므로 피보험자들인 환자들이 원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부당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
판례번호: 1심 511959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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