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평소 산전진찰 하던 산부인과에 입원해 자연분만했지만 분만 직후 신생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안타깝게도 사망한 사례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산부인과에서 진료기록지(간호기록지)를 위조 및 행사했는지, 옥시토신 투여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의사가 경과관찰 주의의무를 이행했는지 등입니다.
기초 사실
원고는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피고 산부인과의원에서 꾸준히 산전검사를 받아왔고, 특별히 산모와 태아에게 이상증상은 없었습니다.
원고는 복부에 진통을 느끼고, 오전 6시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당시 야간 근무조로 근무중이던 간호사 H의 안내로 바로 입원했습니다.
분만하는 의사의 주의의무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는 아래와 같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1. 의사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확하게 확인한 후 옥시토신 등의 약물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2.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는 분만 중 태아심박동수, 자궁수축 감시 등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 관찰을 세심하게 해서 산모에게 이상증세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3. 의사는 출산 후 산모 또는 신생아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심폐소생술 등의 처치를 적절하게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상급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시킬 처치상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분만 임박한 시점까지 병원 외부에 있었던 주치의
피고 병원은 책임분만제를 도입해 임신기간 중 주치의로 하여금 최종 분만까지 책임지도록 하고 있었는데요. 원고의 책임분만제 담당 의사는 산부인과의원의 원장인 피고였습니다.
간호사는 원고가 입원할 당시 피고가 병원 밖에 있자 메시지(카카오톡)로 자궁 열린 정도, 진통 정도를 수시로 보고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입원할 때부터 병원 외부에 있다가 분만을 한 오후 4시 51분 직전인 오후 4시 30분 경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피고는 간호사 H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지시를 내렸습니다.
신생아 사망
원고는 자연분만으로 신생아를 출생했는데요. 신생아는 출생 직후 자가 울음이 없었고, 근긴장도 및 자극반응이 없었습니다.
또 불규칙한 빈맥, 정상범위보다 낮은 산소포화도, 느리고 불규칙한 호흡 양상을 보였습니다.
피고 병원은 신생아를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고, 오후 5시 3분 경 119 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하자 신생아와 간호사를 태운 후 L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신생아는 L병원에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다가 몇 달 후 안타깝게도 사망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신생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원고의 주장
가. 진료기록부 위조
원고 측은 피고가 진료기록부를 위조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이는 신생아의 사망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 옥시토신 투여 의료상 과실
원고가 병원에 입원할 당시 자궁 수축 정도가 좋았기 때문에 분만이 빨리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옥시토신을 투여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피고는 원고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원고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 경과관찰 주의의무 위반 의료과실
피고 산부인과는 병원에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원고를 간호사에게만 맡겨 놓은 채 10시간 30분 가량 방치했고, 장시간 옥시토신을 투여하면서 적절한 감시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원고 주장에 대해 법원 역시 피고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가. 진료기록부 위조 및 행사 인정
사고 당일 오후 3시까지 근무한 간호사 O는 '경찰 조사 전날 피고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차트에 쓴 뒷부분을 누군가 수정했다고 했고, 그게 제 글씨가 맞다고 해야 일이 복잡해지지 않는다면서 제 글씨가 맞다고 경찰에 진술하라고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신생아가 출산할 당시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J는 간호기록지의 글씨체가 본인의 것과 다르다고 진술했다.
간호사 P는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기재된 부분은 본인의 글씨체와 다르다'고 진술했다.
피고는 오후 3시 50분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피고와 간호사가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면 오후 4시 3분경까지도 커피를 주문하는 등 병원 외부에 있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병원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이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제출해 행사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는 그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옥시토신 투여상 과실 인정
자연진통 중인 자궁은 분만 전까지 옥시토신에 매우 민감하고, 부적절하게 투여하면 임신 자궁을 과도하게 수축시킬 수 있어 태아 사망이나 자궁파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옥시토신을 투여할 때에는 정맥주사 투여량 조절기 등을 사용하면서 적절하게 투여해야 한다.
피고는 사고 당일 오전 6시 52분 경 원고가 자연진통이라는 점을 확인한 후 7시 25분 경 간호사로부터 '자궁경부 상태가 3cm/90%/-1이고, 산모가 아파한다'는 메시지만 받은 상태에서 간호사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피고 의사는 원고와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간단한 문자메시지 내용만을 근거로 삼았다.
또 옥시토신 투여를 지시하면서도 구체적인 투약량 등의 내용 없이 오전 7시 28분 경 ‘옥시 스타트’, 8시 16분 ‘옥시 계속 올리고’, 오후 3시 31분 ‘옥시 스타트’라고만 지시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원고와 태아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확하게 옥시토신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
다. 경과관찰 주의의무 위반 여부
태아 심박동수는 오전 7시 7분 90회/분, 7시 32분 110회/분, 8시 18분 경 75회/분으로 늦은 태아심박동수를 나타내고 있었다.
피고는 태아심박동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 산소 부족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모에게 적절한 시점에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9시 6분 경 간호사가 산모에게 산소를 공급하기는 했지만 피고와 간호사 사이의 메시지 내용에 비춰 보면 이는 의사의 지시 없이 간호사가 임의로 판단해 한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는 오후 3시 35분 경부터 원고에게 옥시토신을 4gtt 속도로 투여했고, 오후 3시 42분 경 태아심박동수가 60회/분까지 떨어졌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후 3시 55분경에야 피고에게 NST(태아태동검사) 기록지를 문자로 전송했다.
피고는 위 NST를 보고 나서 옥시토신 투여량을 4gtt로 줄이라고 지시했는데, 간호사가 현재 4gtt로 투여중이라고 하자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시켰다.
피고 의사는 원고에게 장시간 옥시토신을 투여하면서도 분만 직전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또 옥시토신 투입 등을 간호사에게 지시하면서 메시지를 통해 단편적인 내용만 전달받아 확인했을 뿐 환자의 상태나 NST 기록지를 정확하게 확인하지도 않았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분만 중 태아심박동수 및 자궁수축 감시 등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 관찰을 세심하게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의료상 과실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해당 산부인과 원장이자 분만 담당 의사는 사고 당일 산모가 분만을 위해 입원했음에도 10시간 넘게 병원 밖에서 문자메시지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처방 지시를 내렸습니다.
당시 피고와 간호사가 나눈 문자메시지를 보면 피고는 병원에 들어올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피고는 간호사에게 산모의 상태에 맞게 옥시투신 투여량을 정해 간호사에게 투여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고,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산소를 공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이 발생하자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황을 없애기 위해 간호기록지를 위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산부인과 원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 사문서위조 등으로 기소되기도 했는데요. 이 사건은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글 번호: 57195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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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5 - [안기자 의료판례] - 신생아가사에 대한 처치과정 과실로 뇌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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