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입원 경위
환자는 발열, 오한, 식욕부진, 오심, 구토, 빈료 등의 증세를 보여 11월 28일 피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이후에도 발열 증상이 지속되었다.
의료진은 간 CT 촬영을 한 뒤 경도의 간비대(hepatomegaly)와 다수의 결절을 동반한 비장종대(Splenomegly)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이후 여러 차례 혈액검사를 진행했는데 29일에는 헤모글로빈 수치, 혈소판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낮은 것을 확인되었다.
그런데 12월 2일에는 페리틴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높았고, 3일에는 피브리노겐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낮았다. 같은 날 골수생검 결과에서는 혈구탐식 소견이 관찰되었다.
시술 경위
의료진은 3일 환자의 상태를 면역결핍질환 중의 하나인 희귀성질환인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식증’으로 진단했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식증(HLH)은 혈구탐식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지속적인 발열과 범혈구감소증, 혈액응고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의료진은 4일 림프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내시경 유도 아래 세침흡인술(이 사건 시술)을 시행했다. 이 시술은 초음파내시경을 이용해 비장을 관찰한 뒤 22게이지 바늘을 이용해 2회에 걸쳐 비장 조직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의료진은 시술 도중 내시경으로 환자의 위장 내벽에 발생한 박동성 출혈을 발견하고 헤모클립을 이용해 지혈술을 시행하고 지혈제를 도포한 뒤 시술을 종료했다.
시술 후 경과
환자는 시술 후 4일 오후 7시 경 입원 병동으로 돌아왔는데 오후 9시 10분 경 상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오후 9시 30분 경 호흡수가 분당 42회까지 상승하자 복부 CT 검사를 결정했다.
그 결과 비장의 안쪽 면에 활동성 출혈을 동반한 약 10cm 크기의 혈종이 확인되었고, 오후 10시 5분 경 산소포화도가 81%로, 혈압이 90/68mmHg로, 맥박이 분당 162회로 측정되었다.
오후 10시 7분 경 혈압이 130/69mmHg로, 맥박이 분당 50회로 측정되면서 의식수준 저하가 관찰되었다.
오후 10시 28분 경 심정지가 발생해 혈압과 맥박이 측정되지 않자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에 이어 기도삽관을 시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환자는 그 뒤 자발순환을 일시 회복했지만 저혈압 등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사망했다.
환자 유족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원고들은 의료진이 혈액응고장애를 가진 환자를 상대로 출혈의 위험성이 높은 시술을 하면서 출혈시간이나 혈소판 수치 등이 적절하게 교정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시술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들은 의료진이 시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의 비장동맥을 파열시켰고, 시술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해 지혈을 했음에도 시술 이후 출혈징후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으며, 출혈에 대한 근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
1. 피고 병원이 환자의 혈소판 수치 및 출혈시간 등이 충분히 교정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조직검사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2. 의료진이 조직검사 과정에서 비장동맥을 파열한 것이 의사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의료진이 시술 과정에서 출혈을 확인하고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4. 의료진이 환자의 대량출혈 증상에 대해 산소공급, 수액투여 등의 조치를 적절하게 취했는지 여부.
5. 의료진이 시술에 앞서 조직검사 과정에서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결
가. 시술 이전 단계에서의 과실
환자에게 발병한 림프조직구증식증은 그 자체로 혈액응고장애와 범혈구감소증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더구나 환자는 입원 당시부터 혈소판 수치가 정상범주보다 크게 낮았고, 4일 뒤인 12월 2일에는 입원 당시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시술 전에도 여전히 정상범주보다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은 시술에 착수하기 전에 별도로 혈소판 수치가 최소권고 수준으로 교정되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의료진은 시술에 착수하면서 농축 혈소판 6유닛을 수혈했고, 그 후로도 다량의 농축 혈소판과 신선동결혈장을 수혈했다.
하지만 수혈에도 불구하고 혈소판 수치가 정상수치보다 낮았다.
이에 비춰 보면 의료진이 시술 착수와 함께 환자에게 농축혈소판 등을 수혈한 것만으로는 출혈 방생 위험을 교정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의료진으로서는 수혈 등에도 불구하고 혈소판 수치 등이 교정되지 않은 이상 시술을 잠시나마 보류했어야 하며, 출혈 발생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술을 긴급하게 시행했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혈소판 수치 및 출혈 시간 등이 충분히 교정되었는지 별도로 확인한 다음 시술에 착수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
나. 시술 상 과실 유무
의료진의 경과기록지에 비장동맥 파열로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고 기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HLH는 혈액응고장애 등을 발생시키는 질환일 뿐이고, 이 사건 시술 외에 비장동맥 파열 및 출혈을 발생시킬 만한 다른 요인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의료진이 시술 과정에서 비장동맥을 파열시켰다는 것만으로 시술 과정에서 주요 혈관을 피해 시술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시술 후 경과관찰 상 과실 여부
의료진은 시술 도중 환자의 위장 내부에 발생한 출혈을 확인하고서도 초음파로 환자의 위장 바깥에 있는 비장이나 다른 부위에 출혈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의료진은 시술 후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5~10분 간격으로 환자의 활력징후를 측정했다.
하지만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10분까지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고, 시술 후 오후 9시 45분경 이전까지 복부 CT를 시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의료진으로서는 비록 환자의 활력징후가 악화된 상황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복부 CT 검사를 시행해 비장 부위 등에 출혈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초음파검사 내지 복부 CT검사를 시행하고,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측정해 출혈징후 감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라. 출혈에 대한 조치상 과실
시술 후 오후 9시 10분 경 환자의 복부둘레가 갑작스럽게 증가하고 맥박이 상승하며 복부통증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복부출혈을 의심해 산소를 공급하며 호흡유지 및 의식 여부 확인을 해야 한다.
나아가 오후 9시 30분 경 맥박이 분당 153회로 빨라지고 분당 42회의 빈호흡이 나타난 경우 수액과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은 오후 10시 9분 경 비로소 수액을 급속 투여하고 4분 뒤 처음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인 오후 10시 37분 경 비로소 기도삽관 조치를 취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의료진은 환자에게 나타난 복부출혈 내지 대량출혈 증상에 대해 바로 산소공급, 수액투여, 수혈 등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마. 설명의무 위반 유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술로 인한 출혈 등 합병증에 대해 설명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의료진이 환자 보호자로부터 시술에 대한 동의를 받고 해당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의료진으로서는 이 사건 시술 외에 경피생검법이라는 다른 시술방법이 존재한다는 점과 각 검사법의 시술과정, 시술방법 등을 비교 설명해 환자가 어느 쪽을 선택할 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했어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의료진이 환자에게 경피생검법의 존재나 이 사건 시술 및 경피생검법의 시술과정, 시술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글 번호: 560662번
2021.08.27 - [안기자 의료판례] - 침샘암 진단 과정의 의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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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유방암 수술 후 정기적인 경과관찰을 하던 중 귀밑샘 부위에 종양이 관찰되자 상급병원으로 전원했지만 뒤늦게 침샘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지만 사망에 이른 안타까운 사례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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