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병원 내원 경위
환자는 평소 당뇨를 겪고 있던 상태에서 저녁에 폭탄주 몇 잔을 먹은 후 구토를 했고, 배가 쓰리고 따갑다고 호소하면서 오전 1시 54분 경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피고 병원 당직의사는 환자가 술을 많이 먹어서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판단해 위산분비억제제 잔탁과 진정제를 주사하고, 구토억제제와 위장약을 처방했다.
그리고 환자는 오전 2시 2분 경 피고 병원에서 퇴원했다.
퇴원 후에도 복통 호소
환자는 집에 도착해서도 복통이 계속되었고, 배우자는 오전 2시 47분 경 피고 병원에 전화해 환자가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피고 병원 당직의사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당직의사 부재중이어서 직접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 후 환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환자 보호자는 오전 3시 24분 경 119 구급대에 연락해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치료했지만 오전 4시 40분 경 사망했다. 이에 의료진은 환자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유족들은 동의하지 않아 부검을 실시하지 못했다. 환자의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추정되고 있다.
급성 심장사
급성 심장사는 해부학적으로 증명되는 심장의 질병 유무와 관계없이 사망 시간이나 양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급성 증상이 발생해 짧은 시간 안에 의식소실과 함께 심장 이상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약 50% 정도가 급성 심장사 형태로 나타나며, 이들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심장질환의 첫 증상이 급성 심장사로 나타난다.
급성 심장사의 원인질환 중 80% 정도가 관상동맥질환이며, 심근비대, 심근염이나 심근증과 같은 심근질환, 심전도계 장애, 심장판막장애, 선천성 심질환 등 거의 모든 심장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급성 복통
급성 복통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고, 잘못된 진단을 내릴 경우도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복통이 경미한 환자도 치명적인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고, 매우 심한 환자에서도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 복통의 흔한 원인으로 비특이적 복통이 30% 이상으로 가장 흔하다.
원고들의 주장
그러자 환자의 유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가 술을 많이 먹어 속이 쓰린 것에 해당한다고 오진해 이에 대한 처방을 했을 뿐 복통에 대해 상세히 진찰하지 않고 필요한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의 활력징후도 측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환자가 사고 당시 50대 초반이었고 평소 당뇨를 겪고 있음에도 피고 병원에 머물러 있던 시간은 총 8분에 불과했다.
그 시간으로는 의료진이 환자의 병력을 청취할 수 있으나 검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피고 병원 진료기록부에는 환자에 대한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의 검사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급성 복통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고, 잘못된 진단을 내릴 경우도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자세한 병력 청취와 충분한 진찰 및 정확한 생체징후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구토와 상복부 통증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고 통증을 계속 호소하고 있다면 검사를 하고, 처치 후 결과와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필요한 충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런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치료를 하지 못하게 되어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필요한 충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글 번호: 5620번
2017.09.02 - [안기자 의료판례] - 심장질환을 의심, 심전도검사 등을 하지 않고 복통으로 오진, 급성심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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