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모세포종 진단
환자는 피고 병원에서 뇌종양의 일종인 혈관모세포종(Hemangioblastoma) 진단을 받아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받고 추적 관찰을 해 왔다.
그러던 중 두통이 증가되어 피고 병원에서 뇌 MRI 검사를 받은 결과 소뇌 반구 좌측에서 종양이 있고, 종양 주변 부종을 동반해 제4 뇌실을 압박하고 있는 등 혈관모세포종이 재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피고 병원에 입원했다.
혈관모세포종
혈관을 발생조직으로 하는 혈관계 종양의 하나로서 대부분 소뇌반구에서 발생한다. 전체 뇌종양의 약 2%를 차지한다.
종양절제술 이후 일반병실로 이동
환자는 2일 전신 마취를 받고 후두하 개두술 및 종양 완전 절제술(1차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술을 마친 후 뇌 CT 정밀검사 결과 수술 부위에 명확한 출혈 소견이 없고, 대뇌반구 양측 뇌실의 크기는 약간 감소하고, 뇌부종이 감소했으며 일반적인 수술 후 소견 외에 출혈 등을 포함한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수술 다음 날인 3일 회진 당시 두통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했다.
수술 이틀 후 이상증상 발생
그런데 환자는 4일 오전 3시 간호사에게 통증과 불편감을 호소했고, 간호사는 정규 처방된 진통제를 앞당겨 투약했는데 20분 뒤 다시 간호사에게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했다.
이에 간호사는 마약성 진통제인 페치딘을 PRN처방(필요시 간호사의 판단에 의해 투여하라고 의사가 미리 처방해 두는 것)으로 투약했다.
페치딘 투약시 주의할 점
마약성 진통제인 페치딘에는 중증 호흡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두개내압 상승과 관련된 부두의 기질적 장애 내지 손상이 있는 환자, 뇌혈관계 출혈이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 수술 받은 환자로서 출혈 위험이 크거나 지혈이 불완전한 경우 투여가 금지되어 있다.
뇌출혈 발생
오전 3시 57분 환자를 간병하던 환자 보호자가 환자의 수액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면서 병실을 나왔고, 간호사가 확인한 결과 환자의 입술에 청색증이 있었고, 자가호흡이 없었으며 경동맥 맥박이 없었다.
이에 피고 병원 심폐소생술팀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혈압상승제를 투여해 혈압 등을 회복했다.
의료진이 뇌CT 검사를 한 결과 소뇌 부종을 포함해 전체적인 부종이 심해졌고, 시술 시행 부위보다 약간 위쪽의 양측 후두부 지연성 급성 경막성 출혈, 두피 부종 및 출혈 소견을 보였다.
1차 수술 당시 제거한 종양은 소뇌 반구에 위치해 뇌천막하 부위에 있고, 4일 뇌CT 검사에서 발견한 양측 후두부 경막하 혈종은 뇌천막상 부위에 있다.
2차 두개골 절제술 이후 뇌손상
의료진은 응급 후두하 및 양측 후두부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제거술, 경막성형술을 포함하는 감압성 두개골 절제술(2차 수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2차 수술 후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지속적으로 간질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며, 자발 호흡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6일 뇌CT 검사 결과 전체적인 부종이 심해지고 뇌실이 압박받고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환자는 며칠 뒤 안타깝게도 뇌사 판정을 받아 사망했다.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환자의 유족들은 1차 수술 후 환자가 두통과 불편감 등을 호소했으므로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활력징후 측정, 의사의 검진 등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심 법원의 판단
환자는 4일 오전 3시 경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했고, 글로스고우 혼수계수도 15점에서 13점으로 저하되었으며, 진통제인 케로민 투약 후에도 여전히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했다.
그러므로 간호사로서는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의사로 하여금 직접 진찰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보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뇌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는 페치딘이 투약금기사항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가급적 투약을 자제하고, 적어도 활력징후 측정, 이학적, 신경학적 검사 등을 병행하면서 동시에 의사의 판단 아래 신중히 투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료진은 간호사의 판단 아래 페치딘을 투약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의 PRN 처방을 미리 내려둬 환자가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한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고려 없이 페치딘을 투약하도록 했다.
또 간호사는 오전 3시 30분 페치딘을 투약한 후 통증검사를 실시한 것 외에는 환자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전 3시 57분 환자를 간병하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으며, 당시 이미 환자는 자가호흡이 없고 경동맥 맥박이 촉지되지 않는 심폐정지 상태였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환자는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한 후 두개내압 항진이 진행되어 뇌압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페치딘의 투약과 그에 따른 호흡억제 작용으로 말미암아 경막외 출혈이 악화되고, 뇌압의 상승 및 급격한 호흡부전이 초래되면서 결국 사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러므로 의료진의 위와 같은 페치딘 투여 과정 및 경과관찰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또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글 번호: 2019804번
2021.09.03 - [안기자 의료판례] - 마약성 진통제 투약원칙 어기고 과다처방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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