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병원에 근무하는 내과 전공의 2년차 의사다. 피고인은 혈변 등의 증세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환자인 피해자를 상대로 직장수지검사를 시행했다.
피고인은 직장수지검사를 위해 누워있는 피해자를 추행할 마음을 먹고 손가락을 피해자의 항문이 아닌 질 안에 집어넣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직장수지검사 방법
의사가 항문을 통해 손가락을 직장 안으로 삽입해 직장에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지는지를 알아보는 검사법이다.
환자가 침대 위에 왼쪽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허벅지는 복부에 밀착시키는 자세를 취하면 환자의 항문 이상 유무를 확인하게 된다.
1심 법원의 판단(피고인 무죄)
1. 피해자는 법정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손가락이 어느 정도 질 속으로 들어갔는지 질문하자 “거의 손가락 하나가 다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고, 안에 들어가서 몇 번 좀 많이 휘저었다”고 답변했다(이 사건 쟁점 진술).
2. 이에 대해 검사는 피고인의 이런 행위에 대해 즉시 항의했는지 피해자에게 물었고, 피해자는 “거기가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답변했다.
3. 그 후 검사는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물었고, 이에 대해 피해자는 “아무 말도 안하고, 손가락을 뺀 뒤 다시 항문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답변했다.
4.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이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으려는 시도 없이 곧바로 손가락을 질 안으로 집어넣었다”고만 진술했을 뿐 피고인이 질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었다고 진술한 적이 없었다.
5.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1심 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져 그 정확성 또는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피고인 무죄.
2심 법원의 판단(피고인 벌금 500만원)
1.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해자의 일부 추측성 답변 사실만으로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진술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피해자는 혈변 등의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수련의로부터 직장수지검사를 받은 뒤 전공의인 피고인으로부터 다시 직장수지검사를 받았다.
따라서 피해자가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행위를 질에 손가락을 넣은 행위로 착각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인다.
3.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곧바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병원 측에 과잉진료에 대해 항의했지만 그 병원비를 납부했다.
4. 이런 사실 등에 비춰 보면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허위로 고소할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큰소리를 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료행위 중에 기습적으로 추행을 당해 순간 놀라고 당황한 데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반응이 부자연스럽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
2. 제1심은 쟁점 진술이 손가락을 질에 넣은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한 반면 제2심은 추가로 증거를 조사하지 않고 피고인신문을 거쳐 심리를 마친 후 쟁점 진술이 질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후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답변에 해당한다고 이해했다.
3. 이를 기초로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보다 묘사가 풍부해진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4. 쟁점 진술을 전후한 검사와 피해자의 문답 내용에 따르면 쟁점 진술이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답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
5. 쟁점 진술을 제1심의 판단대로 이해한다면 피해자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제1심 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6. 제2심으로서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제1심 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해 쟁점 진술의 취지를 분명히 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한 다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7.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 판단을 뒤집은 다음 이를 기초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8.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항소심의 심리와 재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글 번호: 11582번
2021.11.18 - [안기자 의료판례] - 도수치료 하면서 환자 추행한 물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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