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에 대한 시술상 과실 판단 기준(대법원 99다66328 판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보통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시술 직후 갑자기 사지가 마비되는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증상 발생에 관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입증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신경근차단술
뇌로부터 내려오는 신경조직이 각 디스크 부위에서 줄기로 나뉘는 부분을 신경근(root)이라고 하는데, 신경근 차단술(nerve root block)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근에 직접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해 통증을 줄이는 시술이다.
신경근차단술 합병증으로는 출혈 또는 혈관 내 주입, 감염(농양), 신경마비(사지마비, 호흡마비, 의식소실 등), 혈류장애, 조영제에 대한 과민반응 등이 있다.
목뼈 추간판탈출증으로 신경차단술
원고는 피고 병원 통증클리닉에서 MRI 검사를 한 결과 경추(목뼈) 제4-5번 추간판탈출증, 경추 제5-6번, 제6-7번 추간판부분탈출증, 퇴행성 관절로 인한 척추공간협착 등이 확인되었고, 제5 경추부 신경근증 소견을 보였다.
이에 피고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부터 경부경막외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원고는 신경차단술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자 경추 5번 신경근차단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스테로이드제제와 국소마취제가 들어있는 주사제를 천천히 주입했다.
신경근차단술 후 전신마비 발생
그런데 주사제 주입후 몇 분 뒤 원고가 호흡마비, 의식소실, 전신마비 등의 소견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은 앰부배깅 등 응급조치를 하면서 원고를 회복실로 이동시켰다.
이어 인공호흡기를 작동하고 기관내삽관을 하자 원고는 자가호흡을 다시 시작했지만 호흡부전, 연하장애, 사지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술 과정에서 주사바늘을 너무 깊숙이 찔러 마취제, 스테로이드 등의 주사 약물이 경막 내부까지 들어가 사지마비 증상을 초래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신경근차단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척수경색과 이로 인한 사지마비를 초래한 과실이 있는지, 원고에게 시술을 하기 전 시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다.
1심 법원의 판단
가. 피고 의료진의 시술상의 과실 여부
(1) 원고에게 발생한 호흡마비, 사지마비 등의 증상은 신경근을 따라 척수로 가는 혈관의 혈류장애로 인한 척수경색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2) 원고는 시술 전에 양팔, 목 부위 통증 등을 호소했을 뿐 시술 직전까지 스스로 보행하는 등 운동에 특별한 장애를 보이지 않다가 시술 직후 척수경색 및 이로 인한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3) 경막외 신경차단술 등 시술 당시 원고에게 척수경색 등의 소견이 보이지 않았고, 추간판탈출증 때문에 신경근 차단술 도중 갑자기 척수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4) 피고 병원은 시술 종료 이후 원고들에게 원고의 사지마비 증상의 원인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
(5)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추부 신경근차단술을 시행하면서 신경근동맥을 바늘이나 조영제 등으로 지나치게 압박, 자극해 동맥 수축이나 동맥 경련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척수경색으로 사지마비 등의 장애를 입게 했다고 추정된다.
(6) 피고가 원고의 이런 증상이 의료진의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는 위와 같은 의료과실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에게 시술을 하면서 후유증이나 사지마비와 같은 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 사건 시술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원고의 선택권을 침해한 시술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는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 역시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글 번호: 2921번
2022.04.25 - [안기자 의료판례] - 목디스크 추간판탈출증 수술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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