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증상과 의사의 진료상 의무
유발이 되면 대부분 질출혈이 발생하는데 그 뒤 복통이 뒤따른다. 임신 초기 약 20~25%의 임산부가 질출혈을 경험하는데 이 중 약 절반에서 자연유산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통증이든지 출혈과 동반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따라서 의료진은 어지럼증과 복부통증, 질출혈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이 내원한 경우 임신 가능성에 대해 문진하고 임신반응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로 본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이런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의료행위의 수준이란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고 있는 의학상식을 뜻한다.
그러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점적인 수준으로 의료수준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4다13045 판결 참조).
유산으로 소파수술한 사례의 쟁점
이번 사례는 어지러움, 복부통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다른 대학병원에 내원해 불완전유산 진단이 내려져 소파술을 한 사안이다.
사건의 쟁점은 해당 병원이 환자가 호소한 증상에 대해 임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임신반응검사 등을 해야 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다.
불완전유산으로 소파술 받은 경위
A씨는 40대 기혼여성인데 일주일 전부터 어지러움, 복부의 쥐어짜는 듯한 고통, 구역질 등이 심해지자 7월 27일 H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환자는 임신반응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내과로 전과되어 복부 CT 검사, 위내시경검사, 신경과 협진, 소화기내과 협진,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병원 의료진이 A씨 내원 당일 작성한 응급실 기록에선 최종 월경일(LMP) 란에 ‘7월 27일 refuse’라고 기재되어 있다.
환자는 4일 뒤 병원에서 퇴원한 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 임신반응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되었고, 다음 날 불완전 유산 진단을 받고 즉시 소파술을 했다.
불완전유산은 태아나 태반 일부가 자궁 안에 남아있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완전유산은 태반이 완전히 떨어지고, 임신 산물이 모두 자궁 밖으로 배출된 것을 말한다.
A씨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A씨는 “가임기 여성으로서 어지러움, 복부통증, 구역질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내원했음에도 응급실 의사가 임신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진하거나 임신반응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A씨는 “내과 의사 역시 산부인과적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고, 퇴원할 때까지 십이지장궤양과 이로 인한 급성 신우신염으로 진단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의 주장
이에 대해 해당 병원은 “A씨가 내원했을 당시 임신 가능성을 문진했음에도 임신반응검사를 거절하는 바람에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를 가지고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병원은 “A씨에 대한 복부 CT 조영 촬영 결과 산부인과 진료 소견이 있었지만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기로 결정했고, 대학병원 전원 후 진료 받도록 설명했다”면서 “환자의 기왕증인 당뇨에 의한 복통 등에 가능성을 두고 적절한 치료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해당 병원 의료진이 인신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해당 병원은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음은 판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1) A씨는 일주일 전부터 어지러움, 복부 통증, 구역질 등이 심해져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가 불완전 유산의 위험성 등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듣고서도 소변검사만으로도 가능한 임신반응검사를 적극적으로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A씨는 대학병원에서는 임신반응검사에 응했다는 점에서 해당 병원에서 임신반응검사를 적극적으로 거부할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임신반응검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임신가능성에 대한 의사의 질문에 “오늘 생리를 시작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는 A씨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3) 설사 A씨가 응급실에 내원한 당일 임신반응검사를 거부했다고 해도 이후 6일간 치료를 지속했음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면 의사로서는 산부인과적 확인을 거치거나, 그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임신반응검사 등을 권유했어야 한다고 보인다.
(4) 병원은 복부 CT 조영 촬영 결과 산부인과 진료 소견이 있었음에도 즉시 환자에게 산부인과 진료를 받도록 권유하거나 산부인과로 전원조치하지 않고 계속 내과적 치료를 해 왔다.
그러다가 환자가 퇴원을 요청하자 산부인과적 소견 또는 진료의 필요성 등을 전혀 적시하지 않은 퇴원요약지를 작성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해당 병원 소속 의사들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채 의학적 상식이 없어 출혈을 생리로 오인할 수 있는 원고의 말에만 의존해 일반적이고 간단한 임신반응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로써 환자의 불완전유산을 진단하지 못하고, 치료를 지연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해당 병원은 이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글 번호: 33670번
2022.06.02 - [안기자 의료판례] - 임신성 당뇨 방치해 거대아 출산 후 언어장애, 지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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