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이 지연될 때 의사가 주의할 점
분만의 진행이 정상보다 느려지는 것을 지연장애라고 한다. 지연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자궁경부가 적어도 3~4cm 개대되어 있어야 한다. 지연장애 진단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어야 하는지가 불확실하다.
WHO에서는 최소 4시간 이상 자궁경부개대가 시간당 1cm 미만으로 진행되었을 때로 정의하고 있다. 지연장애가 진단되고 보존적 요법에도 실패했거나 태아심음이 안심할 수 없으면 제왕절개술과 같은 수술이 요구된다.
아래 사례는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에 내원해 분만이 정상보다 늦어지는 지연장애가 발생했지만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고 흡입분만을 통해 분만하면서 신생아가 사망에 이른 사안이다.
지연분만 후 신생아 사망 사건
A는 3월 10일 D산부인과에 내원해 임신 진단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내원해 산전진찰을 받았다. A는 11월 25일 1시 20분 경 잠을 자던 중 양수가 새는 느낌이 들어 D산부인과에 내원했고, 의료진은 2시 30분부터 산모와 태아를 진찰했다.
의료진은 25일 오후 1시 50분 경 자궁수축이 원활하지 않자 분만촉진제 옥시토신을 투여했고, 오후 11시 30분 경 자궁경부가 5cm 개대되자 2차 무통주사를 투여했다.
A는 다음 날인 26일 오전 2시 25분 경 통증을 호소하며 무통주사를 요구했고, 의사는 산모에게 분만진행이 원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태아심박동수는 오전 5시 30분 당직의가 직접 초음파로 측정한 결과 120회 이상이었고, 30분 뒤인 오전 6시 5분에는 110~112회로 측정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태아심박동 신호가 잡히지 않았고, 간호사는 당직의사에게 이를 보고했다.
A는 26일 오전 6시 14분 흡입분만으로 태아를 출산했는데 신생아는 출산 직후부터 움직임이 전혀 없고, 호흡이 없으며, 심박수가 측정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에 당직의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가 119 구급차를 통해 상급병원으로 전원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신생아는 분만 중 태아 심음이 확인되지 않았던 약 40여분 동안 태아곤란증으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D산부인과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A는 D산부인과의 과실로 인해 신생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는 “D산부인과가 태아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즉각적인 수술적 분만을 시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A는 “D산부인과 의료진은 산모에게 적시에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지 않으면 태아곤란증, 태아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지연 잠복기 발생 여부, 이에 대한 치료방법과 제왕절개술 실시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생아 사망 사건의 쟁점
(1) 산모의 상태가 지연 잠복기나 지연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
(2) 산모가 지연 잠복기나 지연장애 증상을 보인 상황에서 의료진이 관찰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3) 의료진이 적시에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태아곤란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산모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D산부인과의 과실을 인정해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음은 판결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1) 경과관찰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
A는 2시 30분 분만 1기 중 잠복기가 시작되어 자궁경부가 4cm 개대된 22시 경 잠복기가 종료되었다.
이처럼 잠복기 총 시간이 19시간 30분 정도로 초산부의 경우 지연 잠복기의 기준이 되는 20시간에서 불과 30분 가량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A는 오전 1시 20분 경 이상을 느끼고 D산부인과에 내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잠복기의 시작점은 자궁수축을 처음 확인한 2시 30분 이전일 수 있어 잠복기가 20시간을 초과한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11월 25일 오후 10시 자궁경부가 4cm 개대된 후 1cm 더 개대될 때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미국산부인과학회가 기준인 시간당 1.2cm의 진행속도보다 느린 속도이므로, 지연장애에 해당한다.
또 자궁경부가 5cm 개대된 23시 30분 경부터 완전 개대로 5cm가 더 개대될 때까지 소요된 시간도 4시간인바, 이는 지연장애의 기준에 근사한 시간당 1.25cm의 진행속도에 해당한다.
지연잠복기나 지연장애 산보의 태아심음이 안심할 수 없으면 수술적인 분만, 제왕절개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므로, 의료진으로서는 제왕절개술을 염두에 두고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통상의 경우보다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비록 11월 26일 오전 5시 30분 경 초음파로 태아 심박동을 측정한 결과 분당 120회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그 직전 간호사가 측정했을 때에는 분당 90회로 상당히 낮은 수치였다.
분만 중 자궁수축 이후 태아심박동수가 110회 미만으로 반복해 감소하면 태아심박동을 면밀히 감시해야 하고, 만일 자궁수축 이후 1분에 100회 미만의 심박동이 있었다면 다음 수축 전에 120회 내지 160회로 회복되더라도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의사로서는 26일 오전 5시 30분경부터 태아의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D산부인과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일번적인 경우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이런 관찰을 통해 늦어도 11월 26일 오전 5시 30분경에는 태아곤란증을 의심했어야 한다.
또 그 즉시 제왕절개술, 흡입분만 등을 실시해 조기에 태아를 만출시킬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관찰을 소홀히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2) 설명의무 위반 여부
태아의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제왕절개술이 필요한 줄 알았고, 산모는 이를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의료진에게는 산모에게 적시에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태아곤란증, 태아 사망에 관해 전혀 설명하지 않고, 지연잠복기의 발생 여부, 이에 관한 치료방법과 제왕절개술의 실시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3) 의료진과 과실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이 사건의 경우 유도분만이 지연되는 시점에서 제왕절개술 등을 시행해 조기에 분만했다면 신생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료진의 과실과 신생아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글 번호: 52616번. 이 사건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2022.12.26 - [안기자 의료판례] - 분만 지연, 신생아 청색증·저혈당 진료 의사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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